비트코인 9만 달러 턱밑까지 도달
"친가상화폐 인사 물색" 소식도 호재
이민 강경책 우려 등 달러 밀어올려
환율 1400원 돌파... 2년 만 최고치
12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된 이후 비트코인이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둘 들려오는 새 행정부 인사 소식이 자산가격 랠리를 더욱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비트코인 연말 10만 달러 가나
12일 오후 4시 15분쯤 비트코인 가격은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 8만9,891.77달러로 9만 달러 턱밑까지 올랐다. 6일 같은 시간(7만4,589.04달러)과 비교해 20.5% 급등한 것이다. 이에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조7,800억 달러(약 2,504조 원)까지 뛰어 국내 증시 전체 시총(약 2,378조5,907억 원)을 웃돌았다. 가상화폐 데이터 제공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전 세계 가상화폐 시총은 이날 3조1,000억 달러에 도달했다. 3조 달러 돌파는 2021년 11월 초 이후 3년 만이다.
시장은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 10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가상화폐 옵션 거래소 데리비트 집계상 다음 달 27일 만료되는 비트코인 10만 달러 콜옵션(매수선택권)을 보유한 투자자 물량이 7억8,000만 달러(약 1조900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제프 켄드릭 스탠더드차터드 디지털 자산 연구 책임자는 트럼프가 당선됨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말 12만5,000달러, 내년 말 20만 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주요 금융수장에 친가상화폐 인사 물색"
3년 전 가상화폐를 ‘사기(scam)’라고 일축했던 트럼프 당선자는 이번 대선 유세 기간 태도를 180도 바꿨다.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공약했고, 공화당이 이를 위한 법안까지 내놓은 상태다. 이후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공화당이 미 하원 다수당이 되는 ‘레드 스위프(공화당이 행정부와 입법부 장악)’까지 가시화하자 공약 실현 기대감이 커지며 비트코인은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트럼프가 친(親)가상화폐 인사를 주요 금융기관 수장에 앉힐 것이란 관측도 상승장에 힘을 싣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진영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가상화폐에 우호적이라고 전했다. 트럼프가 취임 첫날 해임하겠다고 공언한 ‘크립토 저승사자’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후임에 특히 관심이 쏠린다.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는 ‘로빈후드’에서 일하며 SEC의 가상화폐 규제책을 비판해온 대니얼 갤러거 전 SEC 위원 등이 현시점에선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경 차르' 등 내정 소식에 환율 1,400원 돌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8원 오른 1,403.5원에 주간 거래를 마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된 건 초강경 이민정책을 주도한 인사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주요 보직 발탁 소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11일(현지시간) 트럼프는 국경정책 총괄 차르(border czar)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장 직무대행을 내정했다. 또 백악관 부비서실장엔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공약을 설계했던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자가 줄면 서비스 임금과 제품 가격이 올라 물가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민 강경책은 관세 부과, 감세 등 트럼프의 다른 공약과 함께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