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두 달 만에 2500선 붕괴
- 삼성전자 5만3000원 ‘신저가’
- 최대 수혜 가상자산시장 급등
‘트럼프 트레이드’가 12일 국내외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미국 대선 이후 뚜렷해진 달러 강세에 원/달러 환율이 2년 만에 1400원을 돌파했고, ‘트럼프 수혜 자산’으로 지목된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거듭 경신했다. 반면 국내 증시는 외국인 매도세에 빛을 보지 못했다. 코스피가 2% 가까이 하락해 2500선을 내줬고, 대장주 삼성전자는 5만3000원까지 내려 4년 4개월 만에 신저가를 새로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여파로 국내 증시와 원-달러 환율이 출렁이고 있다. 12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가상자산 시장은 모처럼 ‘불장’을 맞았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9만 달러에 육박한 수준으로, 10만 달러 돌파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4시 50분 현재 전날보다 2.29% 오른 1억2736만 원으로 집계됐다. 미 대선 이틀 후인 지난 8일 종전 최고가인 지난 3월 14일의 1억500만 원을 돌파한 뒤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도 비트코인과 덩달아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운동을 도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띄우는 도지코인도 일주일 사이 121.32% 올랐고, 솔라나(+38.45%) 이더리움(+38.02%) 가격도 급등했다. 코인 관련주인 코인베이스 주가는 이날 하루 19.76% 뛰었다.
이러한 가상화폐 랠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유세 과정에서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언급해 가상화폐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는 2% 가까이 내려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으로 2500선을 내줬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9.09포인트(1.94%) 내린 2482.57에 장을 마쳤다. 지수가 종가 기준 2500선을 내준 것은 지난 8월 5일(2441.55)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당시 미국 경기 침체 공포에 코스피가 8.77% 급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3.72포인트(0.15%) 내린 2527.94로 출발해 낙폭을 키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006억 원, 1095억 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332억 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8.8원 오른 1403.5원을 나타내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여파에 따른 달러 강세와 간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하락에 따른 반도체주 약세에 하방 압력을 받는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수혜주’는 업종별 차별화 양상을 나타냈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3.64%)가 5만3000원까지 내리며 4년 4개월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으며 SK하이닉스(-3.53%)는 7거래일 만에 ‘18만닉스’로 주저앉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심화,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에 더해 간밤 미국 증시 내 주요 반도체주 급락에 국내 반도체주가 동반 약세를 보이며 코스피가 내렸다”며 “또한 수출 및 이익 추정 하향이 지속하면서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