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부진했던 2차전지 종목들이 조금씩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면서 부정적 의견 일변도였던 증권가 시각에도 다소 변화가 생겼다. 실적이 바닥에 근접함에 따라 올해는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선별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2차전지 소재 대표주로 꼽히는 에코프로비엠 (136,100원 ▲6,000 +4.61%)은 20일 오전 11시45분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5000원(3.84%) 오른 13만5100원에 거래됐다. 모회사 에코프로 (64,400원 ▲2,100 +3.37%)는 1700원(2.73%) 오른 6만4000원을 나타냈다.
2차전지 소재 업종에 속한 피노 (6,960원 ▲1,600 +29.85%)는 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30%·1600원)까지 오른 6960원에 거래됐고 솔루스첨단소재 (11,350원 ▲2,180 +23.77%)는 25%, 나노팀 (7,800원 ▲770 +10.95%)은 13%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모신소재 (59,600원 ▲4,300 +7.78%), 대한유화 (90,200원 ▲6,700 +8.02%), 엘앤에프 (92,400원 ▲6,600 +7.69%),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25,200원 ▲1,400 +5.88%) 등 다른 관련주들 역시 6~8%대 상승세다.
배터리 셀업체 대표인 LG에너지솔루션 (363,500원 ▲13,000 +3.71%)과 삼성SDI (241,500원 ▲7,500 +3.21%) 역시 각각 3%, 2%대 강세다.
2차전지 업종은 업황 부진의 영향으로 2023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1년 넘게 조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장기 침체를 거치며 주가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인식이 커진 가운데 이날 발행된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긍정적 리포트가 투자심리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산업 리스크 대부분이 노출된 상태"라며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했다. 한 연구원이 에코프로비엠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한 건 2023년 3월30일 이후 약 22개월만이다. 당시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자 한 연구원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고 한 달여만인 2023년 5월3일에는 매도의견으로 또 한 차례 하향했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매도의견을 제시한 건 한 연구원이 유일했다. 국내 증시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종목에 대한 매도의견이었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에코프로비엠은 이후에도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2023년 7월을 고점으로 조정을 받기 시작해 현재는 고점 대비 77% 하락한 상태다.
한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에서 "지난 22개월 동안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한 관련주들의 주가는 급락했다"며 "(앞으로) 전기차 시장은 재성장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와 이로 인한 전기차 보조금 축소 우려 등이 있지만 이는 과도한 우려라고 지적했다. 한 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고 전기차·배터리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는 되돌리기에는 불가능한 수준으로 진행됐다"며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낮추는 등의 정책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구조적인 성장구도를 깨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K배터리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리스크에 대한 우려보다 K배터리의 투자 매력에 대해 방점을 둘 때"라고 밝혔다.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경우 국내 2차전지 업종 주가가 바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5~2027년 중장기 실적 추정치의 추가적인 하향 조정과 트럼프 취임 이후 IRA 세액공제 관련 행정명령 발표로 불확실성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여전한 수요 침체, 시장 내 높은 재고 수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 등을 고려할 때 단기에 추세적인 주가 상승세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선도적인 자율주행기술과 높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테슬라향 배터리 셀, 소재 업체를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할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그가 추천한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 (363,500원 ▲13,000 +3.71%), 엘앤에프 (92,400원 ▲6,600 +7.69%), 대주전자재료 (108,100원 ▲3,900 +3.74%), 나노신소재 (71,000원 ▲3,200 +4.72%), 성우 (18,680원 ▲830 +4.65%) 등이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