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할 수 있다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년을 맞기 하루 전 기자회견을 열고 자국에 평화를 가져다 준다면 물러날 의향이 있다는 취지로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보장한다면 대통령 자리와 나토 가입을 교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 자리를 떠나야 한다면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했다. 이는 기자들이 '평화가 보장될 경우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거를 거부하는 독재자'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가 전시 계엄령으로 인해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치르지 못한 점을 꼬집어 비난한 것으로 사퇴를 압박한 것이라는 평가도 따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글 관련해 이날 "(내가) 진짜 독재자였다면 기분이 상했겠지만 나는 독재자가 아닌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다.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사실상 배제한 채 러시아와 종전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한 중재자가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위한 강력한 파트너가 되어주길 바란다"며 "중재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내 입장을 이해하기를 바란다"며 "러시아로부터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안보를 보장해 달라"고 했다.
또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광물 협상에 대해서는 "진전을 이루고 있다"면서 이날도 양국 당국자들이 연락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등 지원의 대가로 희토류 개발 지분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자국 안보 보장을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광물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에 지난 3년간 제공한 원조의 대가로 5000억달러(약 719조 2500억 원) 상당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빚을 졌다는 생각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채무자로 만드는 어떤 형식의 최종 합의도 없을 것이라며 "오늘 저녁부터 5000억달러 문제는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