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대표이사 등 임원들의 내부통제 관련 책무를 명확히 해 금융사고시 책임을 묻도록 한 '책무구조도'가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에서 1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이날 금융당국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와 은행은 책무구조도 제출을 완료헀다.
책무구조도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거액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는데 임원별 내부통제 관련 책무를 명확히 해 사고 발생시 책임 전가 등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다.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금융회사는 대표이사가 내부통제 총괄 관리의무를 위반하거나 책무를 배분받은 임원이 내부통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신분제재가 가해진다.
책무구조도 제출시기는 업권별로 다른데 가장 도입 시기가 빠른 은행·지주는 내년 1월2일까지다. 다만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유도하기 위해 11월1일부터 책무구조도 법정 제출기한인 내년 1월2일까지 시범운영기간을 도입키로 한 바 있다.
시범운영에 참여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제출된 책무구조도에 대한 점검·자문 컨설팅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또 시범운영 기간 중에는 내부통제 관리의무가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은 경우에도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고 시범운영 과정에서 소속 임직원의 법령위반 등을 자체 적발해 시정한 경우 제재를 감경·면제해 주기로 했다.
이같은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내부통제 의무 위반시 대표이사와 임원에 대한 제재가 책무구조도 제출 시점부터 적용돼 제출을 망설이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지만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내부통제 중요성이 강조되고 금융당국도 독려에 나서자 주요 지주·은행이 모두 시범운영에 참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5대 금융지주·은행 외에 DGB금융·iM뱅크, JB금융·전북은행, BNK금융·부산은행 등의 지방금융지주·은행과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시범운영 시작 전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계기로 금융회사에 내부통제 문화가 정착되고 경영진도 내부통제 책임을 보다 엄중하게 인식함으로써 금융사고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금융업권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 금액은 ▲2018년 936억원 ▲2019년 424억3900만원 ▲2020년 281억5300만원 ▲2021년 728억3200만원 ▲2022년 1488억1500만원 ▲2023년 1422억1600만원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사고금액이 1336억5200만원에 달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은 항상 신뢰의 정점에 있어야 함에도 최근 은행의 신뢰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며 "환골탈태한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내년 1월 시행되는 책무구조도를 하나의 전환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은행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책무구조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 CEO 등 중요 의사결정권자들이 내부통제 관리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으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단기성과주의에 따른 불완전판매 등 내부통제 실패들이 줄어들 것"이라며 "CEO와 임원에게 실질적인 책임 부담이 되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김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