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력해 기존보다 성능이 3배 높은 인공지능(AI) CPU 칩렛 플랫폼을 개발할 것입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의 제임스 맥니븐 부사장이 1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Arm 테크 심포지아 2024'에서 AI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에 대해 이 같이 발표했다.
Arm은 반도체 설계도의 밑그림인 '설계자산(IP)'을 만드는 기업으로, IP를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제공하고 있다. IP는 반도체 특정 기능을 구현한 설계 블록으로, 설계 정도에 따라 반도체 제조 공정을 2~3년 단축할 수 있어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파운드리 기업이 Arm과 같은 IP 기업에 반도체 공정 정보를 넘겨주면 최적화한 IP를 개발해 다시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에 전달하는 식이다.
맥니븐 Arm 부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협업으로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제조를 한 데 묶은 'Arm 토탈 디자인'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삼성 파운드리, 리벨리온, AD테크놀로지와 협력해 AI 중앙처리장치(CPU) 칩렛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칩렛은 하나의 칩에 여러 개 칩을 집적하는 기술로 다양한 기능을 가진 칩을 만들 수 있다.
맥니븐 부사장은 "이 같은 생태계를 활용해 내년 말까지 AI 기능을 갖춘 Arm 기반의 장치를 1000억 개까지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CPU 칩렛을 통합·생산하기 위해 2나노 파운드리 공정과 첨단 패키징 솔루션을 활용한다. 이 칩렛은 대규모언어모델(LLM) 연산에서 2~3배 이상의 에너지 효율과 성능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송태중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상무는 "AI 및 고성능컴퓨팅(HPC) 설계에는 높은 트랜지스터 밀도, 에너지 효율을 제공하는 기술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삼성의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은 HPC 및 AI 설계 요구 사항을 충족하도록 정밀하게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rm 토탈 디자인의 강점을 활용해 하이퍼스케일러 및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를 위한 최첨단 기술과 설계 솔루션의 채택을 가속화할 AI CPU 칩렛 플랫폼을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선욱 Arm코리아 사장은 "삼성 파운드리가 협력 프로그램을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력은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겨냥한 것인 만큼 칩렛 플랫폼 개발이 완료되면 글로벌 빅테크들의 수요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2나노 공정에서 일본 AI 유니콘 프리퍼드네트웍스(PFN)를 고객사로 확보한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이번 협력이 초미세공정 공략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에 생산하는 CPU 칩렛 성능에 따라 삼성전자 2나노 공정의 기술 안정화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Arm과의 협력으로 여전히 낮은 HPC 사업의 비중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HPC는 AI로 고성능 연산을 하기 위한 컴퓨터로 수익성이 높은 만큼 파운드리 매출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Arm과의 협력으로 삼성 파운드리가 또 다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뉴시스 이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