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와 아미르 사이드 이라바니 쥬유엔 이란 대사가 지난 11일 뉴욕 비밀장소에서 1시간 넘게 회담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 정부 관계자 2명은 이 회동을 "긍정적이고 좋은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스티븐 청은 회담 관련 질문에 "회담이 있었건 없었건, 비공개 회담 관련 보도에는 답하지 않는다"고 했다. 머스크 측도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때 이란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당시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주도로 이란 측과 타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2020년엔 트럼프 당선인의 명령으로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가 암살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했다. 이번 대선 기간 이란이 트럼프의 암살을 모의했다는 연방 정보당국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회동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앞두고 양측이 외교의 문을 열어두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NYT는 "트럼프 2기 행정부하에서 이란과 미국 사이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을 불러일으킨다"고 평가했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트럼프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그는 이란과 거래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한 이란 외무부 관계자는 "이라바니 대사가 회담에서 머스크에게 미 재무부로부터 (대이란) 제재 면제를 받아오고, 이란에서 본인의 사업 일부를 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파기됐던 핵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1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수장인 라파엘 그로시와 회동한 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의견 차이는 협력과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용기와 선의로 합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이란은 평화적인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 테이블을 떠난 적이 없다"고 썼다.
두 사람의 만남은 머스크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회동 장소는 이라바니 대사가 정했다고 이란 측 관계자는 전했다. 최근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지명되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 자리를 꿰찬 머스크가 차기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도 깊이 관여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머스크는 앞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통화할 때 참여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과는 단 둘이 통화한 적도 있다고 전해졌다.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