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코스피 2500선 붕괴에 이어 2400선도 무너졌다.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계획을 밝히면서 이차전지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매파적 발언도 강달러 현상을 부추기며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했다. 재 달러 강세가 글로벌 자금의 달러자산 선호 현상이 맞물려 있음을 고려할 때 강달러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순매도에 증시 급락 = 15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으로 2400선을 내줬다. 이날 전일보다 5.81포인트(0.24%) 떨어진 2413.05로 출발한 코스피는 오전 10시 기준 전일 대비 22.08포인트(0.91%) 내린 2396.78에서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1058억원 순매도 중이며 개인과 기관은 각각 829억원, 302억원 순매수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일보다 11.56포인트(1.70%) 내린 670.00이다. 코스닥은 전일보다 5.92포인트(0.87%) 내린 675.64로 출발해 하락 폭이 더 커지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는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시장의 기대감이 후퇴하며 일제히 내렸다. 트럼프 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계획에 테슬라가 5.8% 급락했다. 국내 증시도 이에 하방 압력을 받는 분위기다. 이날 미국 재무부가 한국을 다시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점도 증시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매파적 파월에 뉴욕증시도 일제히 하락 = 전일 뉴욕 3대 증시는 트럼프발 미 증시 랠리가 소강 상태를 보인 가운데 생산자물가,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파월 연준 의장 발언, 테슬라 하락 등의 요인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47% 내린 4만3750.86를 기록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0% 내린 5949.17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0.64% 하락한 1만9107.6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미국 노동부에서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수는 계절 조정 기준 21만7000명을 기록하며 지난주 대비 4000명이 줄었고 시장 전망치 22만3000명도 하회했다. 변동성이 덜한 4주 이동평균 실업보험 청구자수는 22만1000명으로 전주 대비 약 6000명이 감소했다. 주간 연속 실업보험 청구자수는 187만3000명을 기록하며 지난 주 보다 1만1000명 줄었다.
미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전월 수정치(0.1%)를 상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4% 상승하며 전월치(1.9%)와 전망치(2.3%)를 모두 웃돌았다. 식품과 에너지 그리고 무역 서비스를 제외한 10월 근원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3% 상승하며 전월치(0.1%)를 상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5% 상승하며 전월(3.3%) 대비 상승 속도가 가팔라졌다.
이런 가운데 파월 의장은 이날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댈러스 연은 주최 행사에 참석해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미국 경제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내고 있지 않다”며 “향후 금리경로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으며 경제는 신중한 결정을 감내할 만큼 강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파월의 발언 이후 12월 FOMC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금리인하 폭과 시기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이날 파월 의장 발언 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41%로 반영했다. 이는 전날의 17%에서 급상승한 수치다.
연준의 쿠글러 이사는 통화당국이 본연의 책무에 집중해야 하며 만일 인플레이션 완화가 정체될 위험이 증가하면 금리인하를 멈춰야 한다고 발언했다. 리치몬드 연은의 바킨 총재는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단언할 수 없으며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트럼프 2기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연준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더 강화시키는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폐지 =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구매시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할 것이라고 계획도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전기차 판매업체인 테슬라(-5.7%), 리비안(-14.3%) 등은 투자 심리가 악화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는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공약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한 것이 주된 목적으로 판단된다.
다만 현재 세액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해외 업체들이 공장을 지은 곳은 미시간, 오하이오, 조지아 등 러스트 벨트 지역이기 때문에 실제로 폐지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렇지만 최근 반도체 칩스법 폐기 우려가 국내 반도체주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것과 같이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취약해진 국내 증시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IRA 폐지와 관련된 뉴스흐름은 국내 전기차 관련 업체의 주가 하방 압력을 가중시킬만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달러 강세로 인한 외국인 이탈 우려 =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점도 우려사항이다.
15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38분 현재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2.3원 오른 1407.4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전망에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하는 모습이다.
달러는 간밤 강세를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28% 오른 106.924 수준이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49% 상승한 156.617엔이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8.59원에 거래되고 있다.
내일신문 김영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