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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경제 무너지는데”…초비상 걸린 금융당국, 일단 돈 풀어 급한 불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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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충격 완화 대책


한은, RP 매입 전방위 확대

금융위원장 “환율변동 대응”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출렁이는 증시·외환시장 2024.12.4 [사진 =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 여파에도 4일 증시나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당초 우려보다 작았던 것은 이날 오전 정부와 한국은행이 서둘러 내놓은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이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이 즉각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어 향후 증시와 원화값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내놓은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조치는 이날 곧바로 시작돼 내년 2월 말까지 석 달간 시행된다. 필요시 외화 RP 매입, 국고채 단순매입, 통화안정증권 환매도 충분한 규모로 실시하기로 했다.


또 RP 매입 시 담보증권을 국채와 정부보증채권으로 제한했던 것에서 벗어나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9개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권, 농업금융채권, 수산금융채권, 은행법에 따른 금융채까지 대폭 확대했다.


다만 한은은 이번 유동성 조치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현재까지 자금 공급 요청은 없었다”며 “신용부도스왑(CDS) 스프레드가 지난 3일 밤 사이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으며, 외화 유동성 지표도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종우 부총재보도 “현 금융시장 상황은 코로나19 때나 2022년 채권시장 불안(레고랜드 사태) 때보다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가운데)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2024.12.4 [사진 = 금융위원회]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 외환 건전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증권금융을 통한 외화 유동성 공급을 통해 환율 상승(원화값 하락)에 따른 마진콜 위험에도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매일 금융 상황 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7.2원 내린 1410.1원에 주간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개장 직후 15.2원 내린 1418.1원으로 시작하며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당국 개입 전망 등이 나오자 1410원대 초반에서 거래되다 마감했다.


시중은행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 현상이 심해지면 이달 원화값이 1450원 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전망에 비해 20원 낮아진 것이다.


최근 ‘트럼프 트레이드’가 강달러에 불을 붙였고, 한은도 지난달 시장 전망을 깨고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며 원화값 낙폭이 가팔라졌는데 정치 리스크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은 일제히 긴급회의를 열고 외화 운영 상황과 시장 유동성 공급 기능에 이상이 없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원화값 하락에 취약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여신은 추후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 거래 비중이 높은 거래 기업의 재무 비율을 유심히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 밤 비상계엄 발표 직후 야간선물이 5%나 하락한 것에 비하면 이날 코스피는 1%대 하락으로 마무리하며 낙폭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다시 시작되면서 증시 하락과 원화값 하락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11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 개선에 따라 3일 코스피로 들어온 외국인 순매수액 5396억원이 비상계엄 충격으로 하루 만에 빠져나갔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4082억원을 팔아치웠다.


지난 8월 5일 블랙프라이데이 때의 순매도액 1조5200억원을 감안하면 그리 크지 않은 액수다. 올 들어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하루에 1조원 이상 매도한 날은 7거래일이다. 그럼에도 당분간 이어질 정치적 불확실성과 국가 신용도 하락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면 증시에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의 매수가 집중됐던 금융주·자동차주는 유탄을 맞았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 1위는 삼성전자였으며 2~4위는 신한지주(649억원), 하나금융지주(470억원), KB금융(469억원)이었다. 현대차 역시 외국인이 333억원을 매도하며 2.56% 하락했다.


특히 금융주는 외국인 투매에다 원화가치 약세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 우려까지 겹쳐 기관마저 매도에 나섰다.


원화값 하락은 위험가중자산을 늘리고 보통주 자본비율(CET1) 하락으로 이어져 주주환원 규모를 줄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들이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발표한 3분기에 달러당 원화값이 132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410원 선으로 떨어진 원화값 때문에 주주환원 규모 역시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이희조 기자(love@mk.co.kr),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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