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변동성 확대 불가피
불확실성 해소 안 되면 신용위기
“단기적 영향 그칠 것” 시각도
Z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한국 증시가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수출·내수 부진 등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소에 국내 정치 리스크가 추가되면서 당분간 증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하락은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055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도 159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개인이 4993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399억원, 392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하루 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가 국내 증시에 끼치는 영향이 단기적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향후 수습 국면과 원·달러 환율에 따라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고 환율 상승이 이어지면 신용 위기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에선 이번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에 큰 타격이 가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트럼프 리스크,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찍고 하락세) 등과 같은 상수에 더해 변수가 하나 추가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면에서 외국인 이탈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환율의 방향을 꼽았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로 투자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손이 커지므로 위험을 회피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 센터장은 “국내 개인 투자자도 미국 주식 등 해외로 등을 돌리고 있는데, 외국인이 손해를 보면서 국내에 머물 이유가 없다”며 “달러 대비 원화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면 외국인들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타이밍을 보고 단계적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17일 일본에서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열리는데, 금리 인상 결정을 하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이러한 요인들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비상계엄 이슈는 당분간 증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의 경우 한국 증시가 워낙 오랫동안 하락했기 때문에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이어 “코스피 하단은 2350 정도로 보고 있다”며 “다만 그때부터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가 되는 것이어서 그 아래로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정치 이슈를 단기적인 ‘노이즈’(잡음) 정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계엄 선포는 정치의 극단이므로 곧 해결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며 이번 일로 발생한 충격이 장기화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투자자에겐 주가가 빠지면 오히려 매수로 대응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정치 이벤트가 주가의 출렁임을 만들 수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펀더멘털(경제의 기초 체력)이었다”며 “단기적으로 수급이 걱정되긴 하나 이런 이벤트가 수출과 생산 등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eh@kmib.co.kr)
이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