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파동] 주가·원화 가치 동반 약세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코스피가 하락한 4일 서울 중구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2500.10)보다 36.10포인트(1.44%) 내린 2464.00에,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690.80)보다 13.65포인트(1.98%) 하락한 677.15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02.9원)보다 7.2원 오른 1410.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뉴시스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의 충격파로 4일 주가와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4% 하락한 2464, 코스닥은 1.98% 내린 677.15로 마감했다. 전날 미 대표 지수인 S&P500과 나스닥 지수가 각각 0.05%, 0.4% 오르고,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이 0.07%, 대만 가권지수가 0.99% 오른 상황에서 한국 증시만 하락한 것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주간 종가(1402.9원)보다 7.2원 오른 1410.1원에 마감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는 2022년 11월 4일(1419.2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다만 간밤에 비상계엄 선포 후 1442원까지 오를 정도의 패닉(공포)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1979년 10월 비상계엄 당시에는 한국종합주가지수(KCSPI)가 전 거래일 대비 5.70% 하락하며 1972~1979년 중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당시 거래 대금도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도입 이후인 1980년 5월 비상계엄 확대 때도 전 거래일 대비 3.43% 하락했다.
금융 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치들을 발표하며 진정에 나섰다. 전날 오후 11시 40분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은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금융·외환 시장 안정에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4일 오전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채권을 사들여 시장에 돈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연 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던 2020년 이후 4년여 만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고유의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태이므로 향후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회의 계엄령 해제 결의안 가결 이후 안정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국가 신용 등급에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S&P와 나이스신용평가가 공동으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킴엥 탄 S&P 전무는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현 상황에서는 한국의 신용 등급(AA)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혜운 기자 liety@chosun.com
최아리 기자 usimj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