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총괄회장 지분 10%
2,100억원 투입해 전량 매수
정용진 회장 18.6→28.6%
작년 10월 '계열 분리' 선언 후
지분 정리 등 후속 조치 분석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24년 2월 23일 서울 중구 소재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신입사원 그룹 입문 교육 수료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가진 이마트 지분 10.0%를 모두 사들인다. 신세계그룹이 2024년 10월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의 계열 분리를 공식화한 후 후속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마트가 10일 이 같은 내용의 거래 계획 보고서를 공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부터 3월 11일까지 30거래일간 시간외 거래를 통해 이 총괄회장이 가진 이마트 보통주 278만7,582주(10.0%)를 주당 7만6,800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총매입대금은 2,141억 원에 달한다. 이 거래가 끝나면 정 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기존 18.56%에서 28.56%로 높아진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최대주주로서 성과주의에 바탕을 둔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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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를 두고 "계열 분리를 위한 후속 조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이 백화점을 맡는 ‘남매 경영’ 체제를 시작했다. 2016년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서로 가진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했고 2020년에는 이 총괄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지분 8.2%씩을 두 사람에게 각각 증여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각 회사에서 18.56%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됐다. 또 2024년 3월과 10월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각각 신세계그룹 회장으로 승진했다. 10월 인사 당시 그룹은 "백화점과 이마트 부문으로 분리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것"이라며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다.
다만 이 총괄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는 터라 계열 분리는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실제 지난해 3월 정용진 회장이 승진한 후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총괄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여전히 그룹을 실질 지배하고 있는 사람은 이 총괄회장이라고 본 것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친족 독립 경영 요건을 채우려면 이 총괄회장의 보유 지분이 어느 한쪽이든 3% 미만으로 떨어져야 했다. 그런데 이날 이 총괄회장이 이마트 지분 전량을 정용진 회장에게 넘기면서 계열 분리 작업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업체는 SSG닷컴뿐이다.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를 갖고 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