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방의 경제 제재를 피해 러시아 석유를 몰래 외국에 수출하는 유조선들을 가리키는 이른바 '그림자 함대'에 대해 미국이 10일(현지시간) 제재에 나서면서 국제 유가가 2.5% 급등했다. 지난달 30일 핀란드 포르부 항구 인근에 쿡아일랜드 선적 유조선 이글 S호가 정박해 있다. AP 뉴시스
국제 유가가 10일(현지시간) 2.5% 급등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경제 제재 속에서도 비밀리에 러시아 석유를 해외 시장에 내다 파는 이른바 ‘그림자 함대’를 포함해 러시아 석유 업계에 대대적인 제재를 가한데 따른 것이다.
CNBC에 따르면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3월 인도분이 오전 장에서 전장대비 1.92달러(2.5%) 급등한 배럴당 78.84달러로 치솟았다. 브렌트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 선을 뚫기도 했다. 장중 배럴당 80.75달러까지 올랐다.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2월물이 1.89달러(2.56%) 급등한 배럴당 75.81달러로 뛰었다.
미 재무부는 이날 러시아 석유 업계 전반에 대대적인 제재를 가했다.
석유 업체 가즈프롬 네프트와 수르구트네프테가스, 또 이들의 자회사들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아울러 유조선 180여척과 러시아 에너지 관료, 기업인들 10여명도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가즈프롬 네프트 최고경영자(CEO) 알렉산드르 발레리예비치 듀코프 등이 제재 대상 기업인이다.
재무부는 이번에 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린 유조선들은 대부분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shadow fleet)’에 속한 선박들이라고 지적했다. 이 그림자 함대 유조선들은 러시아 석유 수출을 통제하도록 한 기존 제재의 허점을 노려 외국에 계속해서 석유를 퍼 날랐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야만적이고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전쟁 핵심 자금 조달원에 대해 전면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어 “오늘 조처로 러시아 석유 수출을 지원하는 운송, 금융 수단을 비롯해 러시아의 석유 거래와 관련된 제재 위험을 낮추게 됐다”고 말했다.
미즈호증권 에너지 선물 부문 책임자 밥 얘거는 러시아 석유를 수입하던 인도와 중국 정유사들이 이번 조처로 중동 석유로 눈을 돌려야 하게 됐다면서 국제 유가가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는 군사 지원을 되도록 많이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래피디언 에너지 그룹 밥 맥낼리 사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제재로 유가에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다면서 이 웃돈이 유지될지는 차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 제재를 지속할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우호적인 트럼프 당선자가 제재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면 유가는 다시 하락할 수 있다.
송경재 기자 (dympna@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