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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크립토 대통령’이 온다”… 비트코인, 뭉칫돈 줄유입에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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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 2025년 비트코인 전망… 작년 한 해 동안 가격 120% 상승

나스닥-S&P500 수익률보다 높아… 현물 ETF 상장 후 투자자 증가

가상자산 규제 완화 기대감 증폭… “연말까지 20만 달러 갈 것” 전망

트럼프 공약 이행 저조할 확률… 양자컴퓨터 활용한 해킹 가능성도

《비트코인, 트럼프 취임후 어디로


‘크립토(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친(親)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약 120% 상승해 미국 증시나 금 등의 연간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일각에선 친가상자산 정책들이 온전히 실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 기업과 투자자에게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미국을 지구의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해 7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 2024’에 참석해 던진 말이다. 2019년 대통령 재임 당시만 해도 X(옛 트위터)에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라고 남겼던 트럼프는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180도 입장을 바꿔 ‘크립토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달 20일 트럼프의 공식 취임을 앞두고 이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관심은 과연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도 계속해서 오를 것이냐에 쏠려 있다. 지난해 비트코인은 ‘꿈의 가격’이라고 불리는 10만 달러(약 1억4600만 원) 고지에 처음으로 진입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트럼프의 ‘친(親)가상자산 정책’이 충실히 현실화되면 비트코인이 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디지털 금(金)’으로 더욱 각광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책상 예상되는 호재가 이미 비트코인 가격에 반영됐다며 신중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는 양자컴퓨팅 기술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 美 현물 ETF 상장으로 제도권 진입


9일 가상자산 가격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78% 하락한 9만5219달러(약 1억3875만 원)에 거래됐다. 소폭의 등락은 있었으나 작년 12월부터 10만 달러 안팎을 오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약 120% 상승해 금(26.7%), 나스닥(25.6%), S&P500(24.9%) 등의 연간 수익률을 크게 상회했다. 앞서 비트코인은 2023년 한 해 동안에도 약 156%의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2022년의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장기 하락 추세)를 끝내고 상승세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비트코인 랠리’가 지속된 가장 큰 이유는 투자 통로가 다변화되며 금융자산의 위상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작년 1월 10일 자산운용사 11곳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거래 개시를 승인했다. 전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현물 ETF가 승인된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김현범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차장은 “막대한 투자금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들이 제도권 안에서 가상자산에 안전하고 자유롭게 투자할 통로가 열린 것”이라며 “사실상 가상자산이 제도권 투자 상품으로 인정받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물 ETF가 상장되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일반 주식 계좌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비트코인에 투자하려면 별도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계좌를 개설해 직접 매수해야 했는데, 이제는 ETF를 통해 비트코인을 간접적으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물 ETF 도입 이후 투자금이 대거 유입됨에 따라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비트보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미국 증시에 상장된 12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의 운용자산 규모는 총 1155억 달러(약 168조 원)에 이른다. 미 SEC가 ETF 상장을 승인한 지 약 1년 만에 미국 금 ETF 운용 자산과 맞먹는 수준으로 덩치가 커진 것이다.



● 트럼프 친(親)가상자산 정책 기대


트럼프 당선인이 가상자산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 역시 비트코인의 상승을 부추겼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약을 대거 내걸었다. 구체적으로는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비트코인 채굴 산업 지원 △조 바이든 현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철폐 △대통령 직속 가상자산 자문위원회 신설 등이다.


그는 또 ‘가상자산 저승사자’로 불려 온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을 취임 첫날 해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차기 위원장으로는 가상자산에 호의적이라고 평가받는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을 지명했다. 이런 기조로 인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가상자산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진 상황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앳킨스 전 위원은 가상자산이 미국 경제에 중요하다는 입장이며 (이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반대하는 인물”이라며 “오랫동안 제도권의 가상자산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법적 리스크가 대폭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공화당 의원들이 주도해 온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해 5월 미 하원을 통과한 ‘21세기를 위한 금융혁신 및 기술법안(FIT21)’은 가상자산 규제 권한을 SEC 대신 시장 친화적인 상품거래위원회(CFTC)로 넘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해 7월에는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비트코인 비축 계획을 담은 ‘비트코인 2024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에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트코인 매입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들이 담겨 있다. 매년 최대 20만 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여 최대 100만 개까지 매입하고, 최소 20년간 보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연방준비은행들이 매년 순이익의 일정 금액을 비트코인 매입에 활용하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에 대해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영구적 국가 자산으로 만들 것”이란 계획까지 밝힌 바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바이든 정부에서는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상당히 불명확한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이런 점들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미국 의회의 상·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장악했기 때문에 공화당 의원들이 발의한 관련 법안들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허락하는 유일한 달러 헤지(위험 상쇄) 수단이 비트코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비트코인을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보유하자는 논의 역시 이와 일맥상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올해 비트코인 20만 달러 갈 것”


이렇다 보니 현재까지는 비트코인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 좀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투자가들도 가상자산에 대한 간접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투자은행(IB), 운용사, 연기금 등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비트코인 가격이 연내 현재의 두 배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IB 스탠다드차타드는 올해 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20만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프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디지털자산 연구책임자는 “작년 한 해 동안 기관투자가들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ETF 등을 통해 68만3000개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며 “금년에도 비트코인으로의 기관 자금 유입이 작년 속도 이상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IB인 번스타인도 6일(현지 시간)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비트코인 가격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번스타인은 “비트코인이 주류 금융 시스템에 통합되는 ‘인피니티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비트코인 채택량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20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불확실성 커 신중론 제기도


그렇다고 비트코인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때 공약으로 내세운 가상자산 정책들이 온전히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는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도 파격적인 공약들을 내걸었지만 이행률이 신통치 않았던 바 있다. 미국 팩트체크 전문기관 폴리티팩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당시 총 102개의 공약을 제시했는데, 실제 이행된 공약과 파기된 공약은 각각 24개, 55개였다. 공약 이행률로 따지면 23.5%로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47%) 때에 비해 크게 낮다. 이런 점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 못지않게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잡음이 나오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지난해 12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보유하려는 차기 정부의 행보를 두고 “관여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10만 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양자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비트코인 암호 해독 가능성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는 2022년 양자컴퓨터를 통한 비트코인 해킹으로 금융시장에서 3조 달러(약 4375조2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심각한 경기 침체가 유발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아서 허먼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누군가 양자컴퓨터를 통한 해킹 능력을 갖추고 가상자산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시한폭탄이 터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에 직접적인 위협 수준으로까지 도달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구글이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를 발표한 날 비트코인 가격은 4% 하락했다.


익명을 요청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평범한 일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감내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24시간 거래되는 데다 변수, 불확실성도 많고 가상자산의 탈중앙화나 실물자산연계(RWA) 등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도 많다 보니 투자를 추천하기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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