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탄탄한 지난해 12월 고용동향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급락했다. 지난 5일 일리노이주 리버우즈의 한 피트니스센터에 직원 채용 안내판이 붙어 있다. AP 뉴시스
뉴욕 증시가 10일(현지시간) 미국의 탄탄한 고용에 발목이 잡혔다.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고용동향에서 실업률이 예상보다 낮고, 신규고용은 예상보다 탄탄한 것으로 확인되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퇴색했기 때문이다.
전날 지미 카터 전 대통령 국장을 맞아 임시 휴장하고 다시 문을 연 뉴욕 증시는 급락했다.
뉴욕 증시 급락
오전 장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은 전장대비 600 p 넘게 급락해 4만2000선을 간신히 지켰다. 다우지수는 625.36 p(1.47%) 하락한 4만2009.84를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은 366.14 p(1.88%) 급락한 1만9112.74,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지만 기술주 비중이 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91.48 p(1.55%) 떨어진 5826.77에 거래됐다.
‘월가 공포지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57 p(8.69%) 급등한 19.64로 치솟았다.
M7 빅테크 종목들도 대부분 하락했다.
특히 엔비디아와 애플은 낙폭이 각각 3%를 넘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에 나서면서 엔비디아는 4.34달러(3.10%) 급락한 135.77달러로 미끄러졌다. 애플은 저조한 중국 아이폰 판매 여파 속에 7.70달러(3.17%) 급락한 235.00달러로 떨어졌다.
테슬라는 상승 흐름을 타는 듯했지만 결국 하락세에 함께 몸을 실었다. 5.82달러(1.47%) 내린 389.12달러를 기록했다.
양자컴퓨터 종목들은 8일 40% 안팎의 폭락세를 딛고 반등하나 싶었지만 현대차와 협력하기로 한 아이온Q를 빼고 하락세를 이어갔다.
아이온Q는 2.03달러(6.71%) 급등한 32.28달러로 뛰었다.
리게티는 0.28달러(2.83%) 하락한 9.76달러, 퀀텀컴퓨팅은 0.34달러(3.42%) 급락한 9.57달러로 미끄러졌다.
탄탄한 고용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고용동향은 기대 이상으로 탄탄했다.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예상치를 10만명 넘게 웃돌았다.
CNBC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해 11월 증가폭인 21만2000명을 밑도는 15만5000명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달 신규 고용은 25만6000명으로 시장 예상치는 물론이고 11월 규모도 넘어섰다.
11월과 같은 4.2%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됐던 실업률은 4.1%로 낮아졌다.
알리안츠 트레이드의 북미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댄 노스는 “이는 뜨거운 보고서”라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아마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하강 흐름이 정체되면서 금리를 동결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하던 파월 의장으로서는 노동시장이 탄탄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동결에 크게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한 번만 금리 인하(?)
12월 고용동향 발표 뒤 금융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대거 후퇴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이제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가 단 한차례에 그칠 확률이 68.5%로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9월 0.5% p 인하를 이번 금리 인하 주기를 시작했다. 이어 11월과 12월 각각 0.25% p씩 두 차례 더 금리를 내렸다.
지난해 1.0% p 금리를 내린 연준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9월 회의에서는 4회 인하를 전망했지만 석 달 만에 이를 절반으로 낮춰 잡았다.
그러나 이후 연준의 태도가 더 강경해졌다.
파월 의장이 지난달 FOMC 뒤 기자회견에서 올해 금리 인하는 신중하고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한 데 이어 9일에는 미셸 보먼 연준 이사가 추가 금리 인하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보먼 연준 이사는 연준이 이번 금리 인하 주기에서 더 이상 금리를 내리면 안 된다고 못박았다.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 최고경제전략가(CES) 엘런 젠트너는 “놀라울 정도로 탄탄한 고용 보고서는 연준이 덜 매파적이 되도록 만들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젠트너는 “이제 모두가 다음주 인플레이션 지표로 눈을 돌리겠지만 지표가 의외로 하강 흐름을 보이더라도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다시 내리기에는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미 노동부는 14일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를, 15일에는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한다.
송경재 기자 (dympna@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