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화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대 강화에 힘쓰며 그의 정책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고 외신은 평가했다.
5일(현지시간)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누엘 아도르니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밀레이 대통령은 헤라르도 웨르테인 외무장관에게 WHO에서 탈퇴할 것을 지시했다"며 "우리 아르헨티나 국민은 국제기구가 우리의 주권, 더 나아가 우리의 건강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을 구체적인 탈퇴 이유로 제시했다. 아도르니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인류 역사상 가장 긴 봉쇄 조치와 일부 국가의 정치적 영향력에 직면한 (WHO의) 독립성 부족으로 보건 관리에 관한 심각한 의견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도르니 대변인은 "WHO가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는 WHO로부터 보건 관리를 위한 자금 지원을 받지 않는다"며 "(이번 탈퇴가 보건 분야에서의) 자금 손실을 의미하지 않고, 서비스 질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번 탈퇴로 아르헨티나와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 데 더 큰 유연성과 더 많은 자원의 가용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보건 문제에서도 주권을 행사하는 국가를 향한 우리의 길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별도 성명을 통해 "WHO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끝없는 격리를 조장해 경제적 피해를 초래했다"며 "국제사회는 초국가적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국가적 조직(국제기구)은 (회원국) 모두의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WHO는)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국제 정치에 관여하고 회원국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외신은 아르헨티나의 이번 결정은 밀레이 대통령이 '이념적 동맹'으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미국이 WHO, 파리기후협정 등 국제기구서 탈퇴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아르헨티나 역시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검토 중이다. 아도르니 대변인은 이날 파리기후협정 탈퇴와 관련해 "아직 결정 전이지만, 정부에서 (탈퇴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말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당선인 신분인 트럼프 대통령과 마러라고에서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 회동하고, 취임식에도 초청받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밀레이 대통령에 대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라고 했고,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의 재선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복귀"라고 축하했다.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