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증시에 호재와 악재가 동시에 들이닥쳤다.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은 호재, 미국발(發) 관세전쟁은 악재다. 현지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가 중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5일 홍콩항셍지수는 전일 대비 0.93% 내린 2만597.09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기술주 중심의 '딥시크 랠리'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던 지수는 미중갈등 우려가 커지면서 약세로 돌아섰다. 대미 수출의 영향을 크게 받는 가전제품, 섬유의복, 완구 등의 업종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 중화권 증시에서는 업종별 차별화가 뚜렷했다. 항셍테크지수는 올해 들어 13%대 오르며 홍콩항셍지수(4%대)의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딥시크의 등장은 미국과 한국 증시는 끌어내렸지만 알리바바, 샤오미 등 중국 AI 관련주의 투자 심리는 크게 개선하며 항셍테크지수를 끌어올렸다.
딥시크의 등장이 중국 AI 기업을 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29일 AI 모델 '큐원(Qwen) 2.5-Max'를 발표했고, 기존에 AI 사업에 활발하게 투자하던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바이두 등이 자사 서비스에 딥시크 모델 지원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기대감을 높였다.
홍콩계 증권사 자오인국제는 "중국이 AI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 미국에 대응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미국의 AI 칩 수출 규제에 대응해 지난달 상하이에 초기 자본금 600억 위안(약 11조 9340억원) 규모의 AI 국영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민간 부문의 투자로 순차적으로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과의 갈등은 중화권 증시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행한 중국산 제품 10% 추가 관세 조치는 지난 4일부터 발효됐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미국산 일부 제품에 대해 10~15%의 보복 관세를 발표하고 엔비디아, 알파벳(구글), 인텔에 대해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
현지 증권가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한다. 중국 우정증권은 "미국의 추가 관세율은 예상보다 양호한 수준이었다"라며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가 중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이다. 현재 중국 정책 환경은 트럼프 1기 때와는 큰 차이가 있으며 3월 양회의 결과가 실물경제의 실질적인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라고 봤다.
중국 은하증권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로 수입 규모가 감소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전자제품, 기계 장비, 섬유의류 업종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라면서도 "미국의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1.69%에서 2023년 13.9%로 감소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의) 정책 지원이 일부 충격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분석했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