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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에 '국민 노후 자금' 투자한 국민연금 1조원 넘는 손실 위험…협력업체들 납품 중단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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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경제
4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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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지난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2025.3.4. 사진=연합뉴스.



MBK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도 홈플러스 투자로 인해 1조원이 넘는 손실 위험에 놓여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담보가 없는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등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도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의 블라인드펀드는 다른 기업 투자 성공 등으로 손실을 보지 않고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국민연금은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약 6천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RCPS로 조달한 금액은 모두 7천억원이며 이 중 국민연금이 6천억원어치를 투자했다. MBK 측이 계약한 복리 규정에 따라 이자가 붙으면서 RCPS 규모는 현재 1조1천억원으로 불어났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받지 못한 투자금은 1조원에 이른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개별 투자 건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하면서 투자금 회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회생절차가 지난 4일 개시되면서 온전한 회수가 불가능한 투자금 규모는 3조2천억원에 이른다.


RCPS 등과 마찬가지로 담보가 없는 기업어음(CP)과 전단채를 사들인 개인들도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홈플러스의 CP와 전단채 발행 잔액은 전날 기준 1,93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라면세점과 CJ푸드빌, 에버랜드 등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 법원에서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상품권 제휴사들이 변제 지연 등을 우려해 상품권 사용을 막고 있다. 사진은 6일 서울 한 홈플러스 지점 모습. 2025.3.6.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가 그간 공모 회사채보다 단기금융 등을 자금 조달 경로로 활용해온 만큼 CP와 전단채를 매입한 개인과 기관 투자자의 손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메리츠 3개사는 홈플러스에 1조2천억원을 빌려주면서 부동산 신탁 계약을 담보로 확보했다. 홈플러스는 메리츠 3개사에서 돈을 빌릴 당시 5조원 안팎의 부동산 등 유형 자산을 신탁하고, 이를 담보로 제공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개시로 2조원 규모의 금융채무 상환을 유예 받고 10년 간의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의 재무상태를 실사해 자산과 부채 규모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측은 4조7천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처분할 경우 메리츠 3사 금융부채 상환에 1조4천여억원 정도 투입하고 남는 금액으로 나머지 채권자의 채무를 상환하고 기업 회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현재 가용 현금 잔고가 3,090억원이고 이달 한 달 동안 영업을 통해 유입되는 순현금 유입액이 3천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금융 채무 상환이 유예되는 동안 납품 대금 지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홈플러스의 회생 개시 결정으로 MBK의 고려아연 인수 작업은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영풍·MBK는 최윤범 회장 측과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경쟁을 벌여왔다.


MBK 측은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이 고려아연 인수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처럼 미정산 사태가 터지기 전에 기업회생 절차를 밟아 정상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연합뉴스TV 제공]



이번 사태로 일부 협력 업체 가운데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하거나 물량을 축소하는 곳도 잇따르고 있다.


납품업체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처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진행 상황에 따라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주요 식품기업 가운데 오뚜기,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삼양식품, 동서식품 등이 홈플러스 납품을 이날 중단했다.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납품을 전면 중단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A 식품업체 측은 "오늘부터 제품이 출고되지 않는다"면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B 업체 관계자는 "대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어 제품 출고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C 업체는 "한시적으로 납품을 중단했다"면서 "납품 재개는 홈플러스와 협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D 식품사 관계자는 "홈플러스 매대에서 제품이 비지 않는 수준으로 물량을 줄여서 납품하고 있다"고 했다.


E 식품 기업 관계자는 "대금 관련해서 홈플러스와 협의 중"이라면서 "티메프 사태처럼 될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LG전자도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제품의 출하를 일시 정지했다.


홈플러스는 정상 영업을 위해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홈플러스는 상거래 채권은 정상적으로 처리하고 매장을 정상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MBK파트너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는 이날 납품 중단 기업이 속출하자 기업 회생 절차 개시로 잠정 중단됐던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순차적으로 재개했다고 밝혔다.


법원의 회생 절차 개시 결정문에 따르면 협력업체와의 일반 상거래 채권의 경우 이달 4일을 기점으로 이전에 발생한 것은 순차적으로 일정을 정해 전액 변제할 계획이며, 4일 이후부터는 납품사와 개별 계약에 따라 정상 지급한다.


홈플러스 측은 "오늘 오후부터 순차적으로 대금 지급을 재개하면서 납품 중단 문제는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납품사 측은 "홈플러스의 채권 지급 재개는 지금까지 납품한 것에 대한 것이라 이제부터 납품하는 것과는 별개"라면서 "공급을 재개하기 위해 대금 지급과 관련해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중견기업보다 홈플러스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고민이 더 크다.


자금 회전이 빠듯한 중소기업의 경우 납품 대금 지급이 장기간 지연되면 회사 존폐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판매 상품이 줄어 고객 발길이 뜸해지면, 현금 창출이 감소해 정산이 지연되면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전날 신라면세점과 CJ푸드빌, 에버랜드 등 홈플러스 상품권 제휴사들은 변제 지연 등을 우려해 잇달아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막았다. 상품권은 상거래 채권이어서 정상 거래가 되고 있으나 시장 전반에서 MBK에 대한 불신과 떼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6일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을 신청한 것부터 비정상적이라며 회생을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2025.3.6.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 측은 상거래 채권 보호와 매장 정상 운영을 앞세워 협력사들을 진정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협력사들이 불안감 때문에 납품을 계속해도 될지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치열하게 '계속 납품해달라'고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갑작스런 기업회생절차로 회사 존립 마저 위협 받는 지경에 놓이자 홈플러스 노조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게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 조합원 20여명은 6일 오전 11시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MBK파트너스가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부터 비정상적이다. 회생을 책임지라"면서 "회생 과정에서 폐점과 해고 등을 통한 2만명의 홈플러스 직영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 포함 10만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을 결사반대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홈플러스 상품권이 휴지 조각이 됐고 홈플러스에 납품하던 업체가 납품을 중단하고 있다"며 "기업 사냥꾼 사모펀드 MBK에 의해 홈플러스가 산산조각이 날 위기에 처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금융 이슈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는 이유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부터 정상적이지 않다"며 "MBK는 홈플러스를 죽이는 그 어떤 구조조정의 시도도 해선 안 된다. 최고 부자인 김병주 MBK 회장은 양심이 있으면 자산을 출원해서라도 책임을 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라면세점과 CJ푸드빌, 에버랜드 등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 법원에서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상품권 제휴사들이 변제 지연 등을 우려해 상품권 사용을 막고 있다. 사진은 6일 서울 한 홈플러스 지점 상품권 창구 모습. 2025.3.6. 사진=연합뉴스.



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MBK는 기업회생을 통해 부채 부담을 줄여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결국 매각차익을 벌어들이려 할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회생을 신청한 기업은 오너가 사재를 털어 넣어서라도 소생시키려 하는데, MBK 김병주 회장은 그럴 생각도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MBK는 채권단과 협상에서 부채 일부를 탕감시키거나 상환 일정을 조정하려 들 것"이라며 "인력 감축, 임대료 조정, 점포폐점 등 악랄한 구조조정을 시도해 기업가치를 올린 뒤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수용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홈플러스가 힘들다면 함께 견뎌야 한다'며 버텼는데 우리의 헌신은 배신으로 돌아왔다"며 "현장에서는 회사가 언제 망할지, 폐점이나 정리해고로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 직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사들 또한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우려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MBK가 책임지고 홈플러스를 회생시키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홈플러스 노조원들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쌍용자동차 사례에서 보듯이 회생절차에서 고정비용 절감 명분으로 심각한 구조조정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구조조정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지키자, 홈플러스", "책임져라, MBK" 등의 구호를 외치며 MBK 책임자와 면담을 요구했으나 MBK 측이 응하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창립 세일) 홈플런이라는 빅이벤트를 통해 매출이 가장 많이 나올 시점에 왜 회생신청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MBK가 홈플러스를 계속 운영하겠다고 생각했다면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MBK가 고려아연에는 수 천억원을 투입하면서 왜 홈플러스에는 투입하지 않는가. 결국은 홈플러스를 정리하려는 생각이 아닌가 싶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홈플러스가 지난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2025.3.4. 사진=연합뉴스.



조성호 기자 cs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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