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人터뷰] 김세용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주택 만든 건설사가 책임지도록 해야
중산층 위한 공공주택 확대도 필요
김세용 전 경기주택공사(GH) 사장은 퇴임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GH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고려대 건축학과 출신인 김 전 사장은 2018∼2021년 3년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을 지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주택이 안 팔리면 주택을 만든 건설사에서 책임져야 합니다. 건설사에서 입지를 잘못 선택한 거잖아요.”
김세용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GH 사무실에서 만난 기자에게 미분양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사장은 5일 임기를 약 10개월 남기고 스스로 물러났다. 인터뷰는 퇴임 직전에 진행됐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7만2624채 가운데 1만5135채(20.8%)가 경기도에 있다. 전국적으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11년 만에 최대 규모로 늘자, 정부는 지난달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3000채를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15년 만에 LH 매입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이다.
김 전 사장은 “LH는 이미 공실이 3만 채 가까이 되는데, 미분양 아파트를 추가로 사는 건 좋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수도권은 이미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었는데, 비수도권에 공급 물량을 더 할당할 필요는 없다”며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적”이라고도 했다.
김 전 사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과거 4인 가구 위주로 조성된 1기 신도시는 재건축 이후 1, 2인 가구 위주로 재편될 텐데 그러면 전체 가구 수가 늘게 된다”며 “주택보다는 상하수도, 도로, 소형 공원 등 인프라 정비에 방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포화 상태인 1기 신도시 인프라를 미리 확충하지 않으면 재건축 이후엔 늘어난 가구 수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별 단지별로 추진하는 기존 재건축 방식으로는 인프라 확충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김 전 사장은 “선도지구 단지에서 기금을 마련해 추후 인프라 개발에 써야 한다. 재건축에 참여하지 않는 단지도 인프라 개선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전 사장은 서울 강남권 위주로 집값이 오르며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되는 문제의 원인은 세금 제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가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며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이나 비싼 부동산에 일정 부분 세금을 더 물리는 건 필요하지만, 지금 세제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김 전 사장은 서울과 경기를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 효과에 대해 “강남 접근성이 빨라지면 문화시설과 의료시설 등이 모두 강남에 모이게 돼 있다”며 “당장은 좋을 수 있겠지만 결국 지역균형 발전은 저해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김 전 사장은 중산층은 정부 부동산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주택 제도는 소득 하위 30%와 청년층·신혼부부 등을 겨냥하고 있다”며 “중산층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GH 사장 시절 지분적립형 주택 공급을 적극 추진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분양가를 20∼30년 동안 나눠 내는 방식이라 ‘적금 주택’이라고도 불린다. 올해 12월 경기 광명학온지구에서 처음 공급될 예정이다. 그는 “목돈이 없어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데다 장기 전세 등에 비해 오래 살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