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해제 후 집값 치솟는 서울 상급지역

정부, 시장교란 행위 단속 담합 행위 적발 시 엄정 대응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28일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헌우 기자

서울 아파트 가격에 불이 붙었다. 정확히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만 해당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집값은 그야말로 고공행진이다.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정부는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특정 지역 거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투기세력에 대한 시장교란 행위를 집중 단속해 엄정 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 다만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5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4% 올랐다. 지난달 첫째 주부터 오르더니 5주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강남4구·마용성 지역이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송파구(0.68%)·강남구(0.52%)·서초구(0.49%)·마포구(0.11%)·강동구(0.10%)·용산구(0.10%)·성동구(0.08%) 등 핵심지역이 크게 올랐다. 반면 도봉구·동대문구·노원구 등 지역에서는 매주 하락세를 유지하며,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주요 선호단지에서는 매도 희망가격이 오르고, 상승계약이 체결되고 있다"며 "다만 일부 지역·단지에서는 매수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는 지난달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안을 승인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곳은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동(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 있는 아파트 305개 가운데 291개 단지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투기적 거래를 막기 위한 규제다. 구역으로 지정되면 2년 실거주시에만 매매가 허용된다. 때문에 임대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도 막히게 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해 시 관계자는 "그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광범위하게 지정되거나 이미 개발이 완료된 아파트에 대해서도 매년 재지정을 거듭하다 보니, 거주이전 자유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민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내 14곳의 재건축 단지를 제외한 모든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서 해제됐다. 잠삼대청에 위치한 291곳의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즉시 해제하면서 이들 지역의 집값 향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 "투자 수요 환경 조성돼 서울 상급지 집값 계속 오를 것"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시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전세가율이 높은 신축 아파트들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잠실·삼성·대치·청담 등은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높은 지역이다. 매수세가 증가하면서 핵심지역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규제 해제로 실거주 수요에 더해 투자 수요까지 가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당분간 상승 기대감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삼성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문의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풀린 지역은 선호도가 높인 지역인 만큼, 아파트 가격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잠실·삼성·대치·청담 아파트 거래 분석 결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직전 대비 거래량은 늘었다"면서도 "평균 거래가격은 오히려 하락해 전반적인 가격급등 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시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는 실거래가격 외에 부동산중개업소의 의견, 매물정보, 시세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한 표본가격이다. 실거래가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상우(왼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소재 신축매입임대 주택공급 현장을 방문해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과 평면도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집값 상승 우려에 부랴부랴 나선 정부

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별개로, 집값 상승 우려에 결국 정부가 불끄기에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28일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통령 권한대행 발언 이후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서울시는 지난 5일 '제12차 부동산 시장·공급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를 열었다. 정부는 이날 서울 주요 지역에 대한 거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 일부 지역에 국지적 주택가격 상승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주택시장 상황과 가계부채 추이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심리 불안으로 인한 투기·교란 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시는 투기세력에 대한 시장교란 행위 단속을 통해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양측은 현장점검반을 가동하고, 현재 시에서 추진 중인 25개 자치구 합동 현장점검과 연계해 강남4구와 마용성 등 주요 지역에 대한 거래 동향 모니터링·합동 현장점검을 벌인다.

특히 집값띄우기 목적의 허위신고·자금조달계획서 허위제출 등을 방지하기 위해 오는 10일부터 같은 해 6월까지 서울지역 주택 이상거래에 대한 집중 기획조사를 실시한다. 불법행위 정황이 확인될 경우 국세청·금융위·지자체 통보·경찰청 수사의뢰 등을 통해 불공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한다. 일례로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특정 가격 이하로 매물을 내놓지 않도록 유도하는 등의 담합행위를 집중 단속할 전망이다. 금융위는 대출규정 미준수 의심사례에 대해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대출금 회수 등의 조치를 관할한다.

한편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소재 신축매입임대 건설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를 단초로 강남을 비롯해 소위 선호지역에 주택거래가 많이 늘고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갭투자로 전세를 끼고 사는 분이 얼마나 되는지, 외지인이 얼마나 되는지 이런 상황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이중삼(j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