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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美·英처럼”… 부부 상속세 폐지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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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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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권영세 “부부 함께 재산 일궈 세대 간 富의 이전 아니다” 밝혀

일러스트=박상훈


자녀가 아닌 배우자 상속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확산하고 있다. 상속세는 부모에서 자녀로 부(富)가 세대 간 이전될 때 한 번만 걷자는 것이다. 상속세를 처음 도입한 영국을 비롯, 미국·프랑스·일본 등 주요국들은 배우자 상속에 대해 상속세를 면제해준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비대위 회의에서 “함께 재산을 일군 배우자 간의 상속은 ‘세대 간 부 이전’이 아니다”라며 “배우자 상속세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미국·영국·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배우자 상속에 과세하지 않는다”며 “한국도 이런 흐름에 맞춰 상속세의 징벌성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최소 10억원(일괄 공제 5억원+배우자 공제 최소 5억원)인 공제액을 최소 18억원(일괄 공제 8억원+배우자 공제 최소 10억원)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에 집 한 채를 가진 중산층 표심을 공략하려는 야당이 배우자 공제 한도를 두 배로 늘리는 방안을 내자, 여당이 ‘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로 맞불을 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배우자 상속에 세금을 물리는 나라는 한국 등 12국뿐이다.


권 위원장은 또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 상속인이 실제 상속받은 만큼만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유산취득세 도입은 ‘패키지’로 함께 추진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우자 상속세는 이중과세“… OECD 대다수가 세금 안 매겨


그래픽=박상훈


경제 공동체인 부부 간에 상속세를 물리는 OECD 12국 중에서도 한국의 세금 부담은 높다. 독일·그리스·네덜란드 등 11국은 배우자와 자녀들이 각자 물려받은 금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유산취득세 방식이다. 반면 한국은 유족들이 받은 상속 총액에 대해 세금을 매기고 유족들이 연대 책임을 지는 유산세 방식이다.


◇“배우자 상속세는 이중 과세”


주요국이 배우자 상속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이유는 부의 세대 간 이전에 과세하는 상속세 본래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배우자에게 부가 이전될 때 세금 걷고, 자녀에게 이전될 때 또 걷는다면 세대 기준으로는 이중과세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배우자는 경제 공동체인데 한 명이 죽었다고 다른 한 명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상속 세제 과세 방식별 공제 제도 비교 연구’ 보고서에서 “OECD의 많은 국가들은 배우자의 상속세를 전부 면제하고 있다”며 “부부 간 상속 재산의 이전은 동일 세대 간 이전이므로 ‘1세대 1회’ 과세 원칙의 관철, 혼인 생활 중 재산 축적을 위한 생존 배우자의 기여도 인정 등이 근거”라고 했다. 또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이혼 시 재산 분할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우자의 상속분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국가들 중에서도 독일, 벨기에, 그리스 등은 주식이나 보석 등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걷지만, 함께 거주한 주택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해준다.


그래픽=박상훈


◇여든 야든 배우자 세 부담 크게 완화


여야가 추진하는 배우자 상속세 완화·폐지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상속세 부담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 본지가 부동산 세금 전문 업체인 아티웰스를 통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20억원의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 2명이 법정 상속분대로 상속받을 경우 현행 세법상으로는 상속세 1억2887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야당안대로 공제액이 18억원으로 늘어나면 세금이 2910만원으로 줄어들고, 자녀 1인당 5억원까지 공제해주는 정부안이 통과되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여당안이 채택될 경우 유족들은 재산 분할 합의를 거쳐 배우자가 유산을 전액 상속받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 설명이다. 여당안대로 배우자 상속분을 전액 공제할 경우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안의 경우 배우자가 20억원을 상속받더라도 공제액이 법정 상속분(8억5714만원)을 넘을 수 없기 때문에 2910만원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다만 권 위원장이 이날 밝힌 ‘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가 대기업 총수 등 고액 자산가들의 수조원, 수천억원대 주식 상속 등에도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논의해 구체적인 배우자 상속세 면제 방식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이 같은 상속세 완화 방침을 밝힌 이날 민주당은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의원이 낸 ‘18억원 공제안’을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이 안건 상정 권한을 가진 본회의에서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다.


◇최고 세율 인하는 이견


정부가 작년 7월 상속세 최고 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 1인당 공제 한도를 5억원으로 높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냈지만, 국회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최고 세율 인하를 ‘부자 감세’로 규정한 야당 반대 때문이다. 대주주 지분 상속 때 주식 가격을 20% 높이는 ‘최대 주주 할증’ 제도를 폐지하자는 정부안도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여당은 여전히 최고 세율 인하와 최대 주주 할증 폐지를 상속 세제 개편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패스트 트랙 카드를 쥔 민주당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합의 처리를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겠지만 국민의힘이 끝내 몽니를 부리면 더는 기다리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상속세 개정안 패스트 트랙 지정을 두고 “조기 대선을 위한 정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2월 세입예산 부수 법안으로 올라온 상속세 개편안들은 민주당이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석우 기자 swjung@chosun.com

김태준 기자 taejunkim@chosun.com

권순완 기자 s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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