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 등급은 박사급 능력 보유
월 구독료 2900만원 책정할 전망
인간 완전 대체는 어렵다는 시각도
오픈AI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생각하고 일하는 ‘박사급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의 출시를 계획 중이다. 박사급 인력을 AI가 대체하면 산업계에 막대한 지각 변동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월 2만 달러(약 2900만원)에 달하는 값비싼 몸값은 넘어야 할 산이다. 이 구독료가 실제 책정되면 월 1000만원짜리 블룸버그 터미널을 제치고 AI 에이전트가 고가 업무보조 소프트웨어의 대명사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6일 미국 IT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는 ‘에이전트’라는 이름의 신규 AI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했다. AI 에이전트는 고객이 주문하는 작업을 자동으로 완수하면서도 기존 툴처럼 구체적인 지시나 작업 방향을 요구하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오픈AI는 지난달 AI 에이전트 ‘오퍼레이터’를 출시하고 프로 모델 구독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AI 에이전트의 가장 큰 특징은 고도로 향상된 업무 수행 능력이다. 최상위(하이엔드) 등급의 경우 박사(Ph-D)급 연구 능력을 보유했다. 가장 낮은 등급조차 ‘고소득 지식 노동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격은 만만치않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 임원진이 투자자들에게 공개한 자료에서 박사급 레벨 AI 에이전트 가격이 월 2만 달러로 책정됐다. 연간 비용으로 따지면 3억4600만원에 달한다. 가장 낮은 수준의 에이전트도 월 2000달러, 중간 등급(소프트웨어 개발용) 모델은 월 1만 달러가 청구된다는 설명이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몸값이 비싼 선진국에서는 AI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가진 직원 연봉이 15만 달러 정도로 책정된다. 중견급 개발자 연봉은 백만 달러를 넘나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AI 에이전트는 휴식시간 없이 24시간 내내 작업을 시킬 수 있고 복지·보험·인사사고 등 문제에서 자유롭다.
증권업계의 경우에도 일찍이 이런 현상이 찾아왔다. 기존에는 연구원과 애널리스트들이 일일이 시황을 분석하고 종합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만들었지만, 이런 일을 자동화시켜 대신 수행해주는 ‘블룸버그 터미널’ 단말기가 시장에 등장하며 증권사들이 이를 속속 도입했다. 구독료가 연 1억원을 넘을 정도로 높은 탓에 업계에서는 ‘대리급 연봉을 받고 일하는 직원과 같다’는 뜻에서 ‘블대리’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AI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이전트가 사람을 완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술로 AI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맡기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특정 레벨의 AI가 작업을 수행하면 그보다 더 높은 레벨의 인간 직원이 결과물을 검수해야 한다. AI 에이전트를 뽑는다고 해서 동급의 인간 직원을 대체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