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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에 환율 방어… 외환보유액, 4년 9개월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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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없다
4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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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보유액 4100억달러 붕괴


외환 당국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을 1400원대 중반에서 묶어 두는 환율 방어를 하면서 ‘외환 위기의 방패막이’인 외환보유액이 4년 9개월 만의 최저로 떨어졌다.


6일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2월 말 외환보유액이 4092억1000만달러로 전월보다 18억달러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5월(4073억1100만달러) 이후 4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1월에도 46억달러가 줄었다. 올 들어 빠진 외환보유액은 64억달러에 달한다.


그래픽=김의균


외환 스와프 확대


한은은 이달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데 대해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교환) 확대 등에 주로 기인했다”고 했다. 외환 스와프로 달러가 필요한 국민연금이 한은과 달러를 직접 교환하면 그만큼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줄며 원화 환율 상승세를 방어하는 효과를 낸다. 대신 외환보유액은 줄어든다. 다만 만기가 끝나면 환원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감소는 일시적이다.


한은은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대로 급등(원화 가치 하락)하자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한도를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늘렸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30분 주간 시장 종가 기준으로 작년 말 1472.5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1월 들어서는 1450~1460원대에서 주로 움직였다. 외환 당국의 환율 방어 등으로 지난달 24일 1427.4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트럼프 관세 전쟁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144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4100억달러 아래로


외환보유액의 적정선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통상 국내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은 4000억달러로 여겨진다. 아직까지는 심리적 마지노선보다 많다.


앞서 작년 12월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 간담회에서 “일각에서 얘기하는 만큼 엄청난 양이 줄어 외환보유액이 4100억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아니다”라고 하기도 했다. 당시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원화 환율이 급격히 뛰며 외환보유액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한 말이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2022년 기준으로 집계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가 권고 기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도 “적정성을 결정하는 데 사용되는 여러 평가 기준 중 하나일 뿐”이라며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으로 전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외환보유액 수준에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 위기 트라우마로 외환보유액 감소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은 국제수지 불균형을 보전하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완충 작용을 하는 지급준비 자산의 성격을 갖는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기준에 따라 계산하면 적정 외환보유액은 9200억달러가량인데, 지금은 절반도 안 된다”며 “작년 말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은 23%로, 우리와 경제구조가 비슷한 대만(74%)이나 홍콩(114%)에 비해서도 한참 낮다”고 했다.


킹달러 독주 계속될까


이런 상황에서 달러의 고평가 수준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6일 BIS에 따르면, 미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올해 1월 말 기준 115.1로 전월보다 1.7포인트 올랐다. BIS가 제공하는 1994년 이후의 관련 통계 중 역대 최고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무역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로, 수치가 100을 넘으면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고 간주한다.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이달 보고서에서 미국의 실질실효환율 상승을 언급하며 “작년 미국이 두 차례 금리를 내렸음에도 오히려 달러 가치는 중력을 거슬러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고평가된 구간에 들어가 있다는 뜻이다. 다만 최근 달러 가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강세에서 벗어나, 약세 추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표시하는 달러 인덱스는 104.31로 하락, 트럼프 당선 이전인 11월 초순 수준으로 돌아갔다.


최아리 기자 usimj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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