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글로벌 상위 10개 종합반도체기업(IDM) 중 매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열풍 속 고대역폭메모리(HBM) 리더십을 기반으로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좌측부터) 정원철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가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4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148억7300만달러(약 20조298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 세계 주요 IDM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8.8% 증가한 수치다. 2위는 121억39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차지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90억7400만달러로 3위, 미국 마이크론은 58억2400만달러로 4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 메모리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매출은 반도체 업황 회복과 HBM 수요 증가에 힘입어 상위 10개 IDM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144.3%로 상위 10개 업체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삼성전자(78.8%)·마이크론(57.7%)·인텔(13.9%)을 크게 앞지른 수치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HBM 시장에서 53%의 점유율로 선두에 오른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메모리 업체 가운데 최초로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후속 제품인 'HBM3E 12단' 제품 역시 이미 주요 고객사들에 샘플 공급을 마친 상황이다. 이르면 이번 분기 양산을 시작해 4분기부터 고객에게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 1분기 세계 상위 10위 종합반도체기업(IDM) 순위 요약. [사진=IDC]

IDC는 "지난 1분기는 반도체산업의 중요한 트렌드를 보여준다"며 "디바이스 시장의 안정화와 데이터센터의 AI 학습 및 추론 수요에 힘입어 메모리 애플리케이션과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 메모리보다 가격이 4∼5배 높은 HBM의 수요 증가가 전체 메모리 시장 매출을 크게 끌어올리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2월 HBM3E 8단 양산에 이어 5월 HBM3E 12단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HBM3E 8단·12단 제품에 대해 현재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2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HBM3E 8단 제품을 3분기 내 양산해 공급을 본격화하고 12단 제품도 하반기에 공급할 예정"이라며 "HBM 매출 내 HBM3E 비중은 3분기 10% 중반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고, 4분기에는 60%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IDC는 "데이터센터와 디바이스 시장에서 AI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메모리는 하반기에도 IDM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동력으로 남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