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세계경제전망
“세계 경제, 하방 위험에 더 기울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운동 기간 중인 2024년 10월15일 애틀랜타의 콥 에너지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춤을 추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아이엠에프)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장벽 강화와 감세 정책, 규제 완화 등 새 경제 정책이 미국과 그밖의 나라들 간 경제 격차를 키우고,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위험요인이 될 거라고 경고했다.
아이엠에프는 1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하방 위험’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다며, 그 요인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경제 정책들을 주요하게 언급했다.
아이엠에프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새 정부의 경제 정책들이 세계 경제 성장세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대규모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이 당장엔 미국에서의 투자 확대와 경제 활력 강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유로존은 지정학적 긴장과 제조업 분야 약세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트럼프의 무역 장벽 강화가 한국처럼 대미 무역 규모가 큰 나라엔 커다란 위협인 점도 글로벌 경제성장 ‘격차’ 심화가 우려되는 배경이다.
미국과 그밖에 국가들 간 경제 격차는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본격 시작하기 전인 현재도 진행 중이긴 하다. 이미 미국 경제는 자산효과(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에 따른 소비 강세와 정책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좋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이엠에프가 올해 미국 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전망치 대비 0.5%포인트 끌어올려 2.7%를 제시한 배경이다. 반면에 아이엠에프는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는 1.2%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아이엠에프는 “당장에는 미국 경제엔 상방요인이 우세한 반면, 대부분 다른 경제에서는 높은 불확실성 등으로 하방 위험이 지배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성장한다면 이는 세계 경제의 성장 패턴 격차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중장기적으론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가 트럼프표 경제정책의 충격파를 받게 될 거란 경고도 이어졌다. 아이엠에프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조처로 각국이 무역전쟁에 뛰어들면 전 세계적으로 투자 감소, 비효율성 증가, 무역 왜곡, 공급망 붕괴 등이 초래될 것이라며, 그 악영향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관세, 비관세 장벽, 보조금 등 경쟁을 왜곡하는 정책은 무역 상대국에 피해를 주고 보복을 촉발해 모든 국가를 더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게 아이엠에프의 경고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대규모 감세 정책도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아이엠에프는 “(미국이) 완화적 재정 정책(감세 정책)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차입을 늘리면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다른 지역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에서 세입을 줄이는 대신 차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 금리가 밀어올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중순 3.6%대였던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14일 1년 2개월 만에 최고치인 연 4.8%까지 오른 바 있다.
다만 아이엠에프는 이번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3.3%로 미세하게 상향 조정했다. 이는 예상을 뛰어넘는 내수 강세가 이어지는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상향한 결과다. 아이엠에프는 미국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이 유로지역 등 다른 경제권에 대한 하향 조정을 상쇄했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는 지난해 11월 ‘2024년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제시한 2.0% 성장 전망을 유지했다. 이는 최근 기획재정부(1.8%), 한국은행(1.9%)보다는 소폭 높은 수준이다. 이밖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가장 최근 성장률 전망치는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였다.
아이엠에프는 이번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최근의 시장 변화와 무역 정책 불확실성 확대 영향은 포함했다”며 “그러나 최근 공개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잠재적인 정책 변화에 대한 가정은 자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것으로 보이는 보편 관세 부과 등의 영향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는 반영하진 않았다는 뜻이다. 이는 예고된 미국 정책들이 실제 실행될 경우 경제 전망이 더 비관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뜻한다.
한편 세계은행도 같은날(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며, 미국이 10% 보편관세 부과에 나설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이 현재 전망치 2.7%에서 0.2∼0.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무역 상대국들이 보복 조처를 취하지 않을 경우와 보복에 나설 경우 두 가지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