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우대하며 기술 투자하는 中
애플 아이폰, 중국에서 3위로 밀려
판매 부진에 애플 주가는 4% 하락
[왕개미연구소]
중국 최대 경제 도시인 상하이의 대표 번화가인 난징둥루(南京东路). 하루 유동 인구가 100만명이 넘는 이 곳에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국 삼성전자, 미국 애플, 중국 화웨이의 플래그십(대표)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빅3 브랜드가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격전지다.
지난 13일 찾은 이 곳에서 가장 붐비는 매장은 단연 화웨이였다. 널찍한 매장 1층은 평일 오후인데도 수백 명의 고객들로 북적였다. 제품 전시대마다 중국인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3단 병풍폰’이라고 불리는 ‘화웨이 메이트XT’는 유리 전시관 안에 진열돼 있어 고객들이 만져볼 순 없었다.
중국 화웨이가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출시한 두 번 접히는 폴더블폰 ‘메이트XT’. 안쪽으로 한 번, 바깥쪽으로 한 번 접는 S자 형태다./유튜브 캡처
화웨이 매장 직원은 “현재 판매 중인 가장 비싼 스마트폰은 260만원 정도 하는데 고성능 카메라 렌즈가 4개 탑재되어 있다”며 “손등에 있는 잔털까지도 크게 확대해 선명하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관광객 최모 씨는 “한국에서는 화웨이 폰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 일부러 들렀는데, 카메라 성능과 디자인에 깜짝 놀랐다”며 “중국은 매년 공대생을 220만명씩 배출한다고 들었는데, 기술력이 눈에 띄게 발전한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해 중국 시장 진출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점유율은 비보, 화웨이에 밀리며 3위로 떨어졌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상하이의 심장인 난징둥루에서 벌어지는 자존심 대결은 실제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며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 1위를 차지하던 애플이 지난해 비보,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에 밀리면서 3위로 추락한 것이다.
지난 16일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Canalys)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는 저가형 스마트폰 업체인 비보가 점유율 17%로 1위를 차지했다. 고가형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화웨이는 16%로 2위였다. 애플은 점유율 15%로 3위까지 밀렸다.
애플 아이폰은 지난해 4분기 중국 내 매출이 25% 줄어드는 등 4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에 인공지능 기능(애플 인텔리전스)이 탑재되지 못한 것이 원인이란 분석이다.
애플은 오는 30일 2025회계연도 1분기(작년 10~12월) 실적을 발표한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 실적 부진 우려가 제기되자,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주가도 별 수 없었다. 16일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날 대비 4.04% 하락하며 228.26달러에 마감했다. 4%대 하락은 작년 8월 5일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날 애플의 주요 공급업체인 대만의 TSMC가 1분기(1~3월)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약 6%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한 것도 애플에 악재였다.
애플은 지난 해 12월 최고점과 비교했을 때 주가가 약 12% 하락했다. 통상적으로 고점 대비 시세가 10% 이상 떨어지면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된다. 현재 애플은 7개의 대표 기술주로 꼽히는 ‘매그니피센트7(M7)’ 중에서도 최악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애플 하락으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0.89% 떨어진 1만9338.29에 장을 마쳤다.
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