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서 무명 상장사로…장현국 행보 화제
‘위믹스 아버지’의 독립?
최근 게임업계가 이 스토리로 시끌시끌하다. 2014년부터 위메이드를 이끌던 장현국 대표는 가상자산 ‘위믹스’를 활용한 게임으로 유명해지면서 일명 ‘위믹스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위메이드 시절 ‘미르4’를 통해 P2E(돈 버는 게임) 성장 가능성을 증명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초 돌연 사임하더니 올해 초 또 다른 게임 상장사 액션스퀘어 공동대표 명함을 들고 돌아왔다. 본인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서는 가상자산 ‘크로스’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게임업계 ‘컴백’ 소식에 업계 관심이 비상하다.
1974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KAIST 경영공학과 석사/ 1996년 넥슨 입사/ 2000년 네오위즈게임즈 재무그룹장/ 2008년 네오위즈게임즈 CFO/ 2011년 네오위즈모바일 대표/ 2013년 위메이드 전략기획본부장/ 2014년 위메이드 대표/ 2025년 액션스퀘어 공동대표(현) [액션스퀘어 제공]
왜 무명 상장사 합류?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재편
액션스퀘어는 2012년 문을 연 국내 게임 개발사다. 창업자는 김재영 대표. 김 대표는 ‘블레이드’라는 모바일 액션 RPG(롤플레잉 게임)를 통해 회사 이름을 국내외에 알렸다.
201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으나 이후부터 지속된 적자와 개발 실패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 2021년부터만 봐도 내리 3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상반기까지는 적자를 기록하다 3분기 겨우 흑자전환(매출 49억원, 영업이익 10억원)했다.
그런 회사의 주가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2024년 내내 1000원대를 오르내리며 지지부진한 상황. 그러다 연말에 장 대표 합류 소식 후 상황이 반전됐다. 올해 1월 기준 액션스퀘어 주가는 3000원을 뛰어넘었다. 아직 주요 청사진이 나온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액션스퀘어 사무실에서 만난 장 대표는 “직접 창업 등 다양한 방식이 있을 텐데 지분을 매입해서 상장사 공동대표로 온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에 “인재 유치와 자금 조달 등 기업 육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라고 운을 뗐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선점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성장 속도가 중요한데 스타트업보다는 상장사가 적합한 기업 구조라고 판단했습니다. 여러 상장사와 협의를 진행했는데, 액션스퀘어가 제 비전과 전략을 가장 잘 이해해줘 이쪽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인재를 영입할 때도 생소한 스타트업보다는 그래도 실체가 있는 상장사로 와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더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 제가 온 이후 30여명의 개발자 등 게임업계 인재들이 합류했습니다.”
구체적인 그림 뭘까?
텔레그램 활용 P2E 게임 ‘눈길’
종전 액션스퀘어 사업 모델은 주로 모바일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작 ‘블레이드’를 시작으로 다수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지만, 후속작은 대중성과 수익성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액션스퀘어는 장 대표 합류 후 블록체인과 결합한 새로운 게임 플랫폼 사업으로 전환하며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그가 차별화하려는 부분은 ‘텔레그램’ 활용이다. 장 대표는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에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이용자의 진입 장벽을 꼽았다.
그는 “게임 내에서 별도 앱 설치 없이 텔레그램상에서 블록체인 지갑을 생성하고, 토큰을 관리하고, 거래까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게임 내 유저가 자연스럽게 가상자산을 이용하고 이를 거래하거나 소유할 수 있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이는 최근 발행을 예고한 가상자산 ‘크로스’가 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코인을 가지고 이용자는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다른 이용자와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중앙화된 결제 시스템을 대체해, 이용자 간 직접적인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이용자가 게임을 하며 얻는 보상도 크로스로 지급된다.
여기에 더해 크로스는 통합 토큰 역할도 수행한다. 크로스는 액션스퀘어 플랫폼 내 다양한 게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 가능한 통화로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는 한 게임에서 얻은 코인을 다른 게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장 대표는 “크로스는 액션스퀘어 생태계에 참여하는 모든 게임 개발사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게임 개발사는 크로스를 활용해 자체 토큰을 발행하거나, 크로스를 기본 통화로 채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뜻대로 될까?
보안·재무 구조 개선 필요
한편에서는 장 대표의 이런 청사진에 의구심을 보태기도 한다. 텔레그램 기반 블록체인 서비스의 참신함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꽤 있어서다. 텔레그램 자체로 보안성, 확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텔레그램은 ‘비밀 대화(Secret Chat)’ 기능을 쓰지 않을 경우 완전한 암호화가 어렵다. 더불어 텔레그램은 로그인 시 SMS(문자) 인증을 기본 방식으로 사용하다 보니 SMS 메시지가 스푸핑(위조)되거나 가로채질 경우, 계정 탈취 소지도 있다.
장 대표는 이에 대해 “블록체인 기술의 탈중앙화 특성을 적극 활용해 보안을 강화하겠다”며 “텔레그램과 협력해 고도화된 기술을 적용하고, 플랫폼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게임 개발사와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액션스퀘어의 재무 구조 취약성도 넘어야 할 허들이다.
액션스퀘어는 2021년부터 3년간 회사 매출이 매년 50억원대 적자를 지속해왔다. 신규 게임 개발과 운영 비용을 충당하기에 자금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장현국 대표가 지분을 매입한 돈에 신규 자금까지 200억원가량을 최근 끌어오기는 했지만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이라는 큰 그림을 놓고 보면 추가 자금 조달이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과거 위믹스 관련 논란에서 비롯된 사법 리스크와 위축된 블록체인 시장의 신뢰 회복 역시 숙제 중 하나다. 장 대표는 2022년, 위믹스 유통량을 허위로 공시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사법 리스크 책임을 지고, 2024년 3월 결국 퇴사했다. 당시 그는 위믹스 상장폐지 여부를 두고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업계와 날 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장 대표 대안은?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
장 대표는 우선 회사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빠른 신작 공개와 블록체인 사업 활성화를 목표로 삼았다.
액션스퀘어는 현재 하이브IM과 함께 신작 ‘던전 스토커즈’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테스트를 마쳤고, 콘솔용 확장 버전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블록체인 사업은 올해 1분기 중으로 크로스의 가상자산 공개(ICO)를 마무리해 3월에는 이를 활용한 첫 번째 블록체인 게임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ICO 외에도 유상증자, CB 발행 등 상장사가 할 수 있는 재무 전략을 적극 구사할 예정이다.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국내 시장에서의 논란을 비켜가기 위해 우선 글로벌 고객 지향 게임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크로스도 “국내 거래소가 (신규 코인을) 상장하겠다면 막지는 않겠지만, 먼저 상장을 요청하지 않겠다”며 “해외에서 먼저 유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렇게 마련된 자금으로 직접 게임 개발, 플랫폼 구축 외에도 가능성 있는 개발사와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를 병행하겠다는 것이 장 대표 구상이다.
“전 세계에서 매년 5만개 게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우리 플랫폼에 연동되도록 해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 허브를 구축하겠습니다. 그때쯤이면 제 진심을 시장이 알아주겠죠.”
그의 꿈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3호 (2025.01.15~2025.01.21일자) 기사입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