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심야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계엄 소식에 놀란 투자자들의 '패닉셀(공황매도)'이 이어지면서 한국 관련 거의 모든 종목의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및 대통령의 계엄 해제 선언 이후 낙폭이 줄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한국 90개 이상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코리아'(EWY) 상장지수펀드(ETF)는 장중 7% 이상 떨어지며 52주 최저가(52.68달러)를 기록했다.
이 ETF는 비상계엄 선포 2시간30분여 만에 국회 재석의원 190명 중 190명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이후부터 손실폭이 일부 회복돼 전날 대비 1.59% 내린 55.8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거래량은 4200만주 이상으로 평소의 10~20배에 달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개별 종목도 일제히 약세였다. 쿠팡은 장중 10% 가까이 급락했다. 이후 낙폭이 줄었지만 전날보다 3.74% 하락한 23.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건축 미디어 글라스 업체인 캡티비전은 전날 대비 10.93% 하락 마감했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거래되는 종목에도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포스코홀딩스와 더블다운(더블유게임즈 자회사) 주가가 각각 4% 하락했다. 한국전력·KB금융·SK텔레콤·우리금융지주·LG디스플레이 등은 1~2% 안팎 떨어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 ETF가 하락하면서 마이크론이 반사 이익을 누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전 세계 D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지정학적 불안에 휩싸이면서 시장에서 마이크론이 승자로 인식되고 있다고 봤다. 올 3분기 현재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42.9%, SK하이닉스 34.5%, 마이크론 19.6% 등이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