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수도권 신축 아파트 수요가 몰리면서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지만, 최근 관망세가 확대되면서 신축 아파트도 완판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잠재적 수요자들이 시세 대비 높은 분양가의 새 아파트를 매수하는걸 망설이고 있어서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날 서울 노원구 '서울원 아이파크' 무순위(사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냈다. 이 단지는 오는 8일 무순위 접수를 받고, 9일 당첨자를 발표한다.
전용면적별 잔여세대수는 △74㎡ 3가구 △84㎡ 11가구 △105㎡ 126가구 △112㎡ 127가구 △120㎡ 162가구 △14㎡ 이상 29가구 등 총 558가구에 달한다.
이 단지는 지난해 하반기 서울 강북권 청약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곳이다. 지난해 11월 1순위 일반 청약을 진행했는데, 총 1414가구 모집에 2만1219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14.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59㎡와 74㎡, 전용 84㎡는 모두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달 16~19일 진행한 정당계약의 성적이 저조했다. 지난달 초 비상계엄 선포 등 여러 변수들이 생기면서 부동산 관망세가 확대된 영향이다. 강북 지역임에도 높은 분양가로 논란이 있던 곳인만큼 계약을 앞둔 당첨자들의 고민이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의 면적별 최고 분양가는 전용면적별로 △59㎡ 10억3800만원 △72㎡ 11억6500만원 △74㎡ 12억1400만원 △84㎡ 14억1400만원 △91㎡ 14억9600만원 △105㎡ 16억3200만원 △112㎡ 18억4700만원 △120㎡ 18억8700만원 등이다.
서울 중랑구 옛 상봉터미널 부지에 자리잡은 '더샵 퍼스트월드'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된 강북권 청약 최대어로 꼽히며 평균 경쟁률 9.3대 1을 기록했지만 무순위 매물이 나왔다. 일부 주택형에서 미달이 발생하면서다.
경기 안양 '평촌자이 퍼스니티'도 지난달 24일 미계약 물량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앞서 일반청약에서 299가구 모집에 3919건이 접수해 1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곳이다. 이곳 역시 청약 당첨자 일부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양 '아크로 베스티뉴' 역시 일반청약에서 평균 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본계약 체결률이 43%에 그쳤다. 결국 이곳도 지난달 17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치솟은 분양가를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높은 금리 변동성과 분양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계약 포기와 미분양 현상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정치적 변수와 환율 인상 등 여러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신중해지고 있다"며 "무순위 청약 역시 예전에 비해 매력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분양 시장에서는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적 성격의 청약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