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의 핵 문제 관련 소통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소식통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면서 직접 이러한 희망 사항을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룸버그에 "러시아는 미국과 이란이 모든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러시아는 이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3일 현지 기자회견에서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많은 당사자가 선의를 갖고 도움을 준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국가들끼리 도움을 베푸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지난달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종전과 양국 관계 정상화 문제와 함께 이란 핵 문제도 논의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양국이 사우디 회담에서 이란 주변 상황에 관해 논의했으며 양국이 이란과 관련한 또 다른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회담에 참여했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일주일 뒤인 지난달 25일 이란을 찾아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 만났다. 당시 라브로프 장관은 이란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고, 아락치 장관은 미국이 계속 압박한다면 직접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인 2018년에 일방적으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어 2기 집권을 시작하면서도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는 등 '최대 압박' 정책을 재개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5일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핵 협정을 원한다"며 협상 신호를 보냈다.
러시아와 이란은 모두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로, 무역·에너지·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했다. 푸틴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1월17일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에 서명했다.
러시아가 소통 중재에 나선다 해도 이란이 미국의 제안을 얼마나 수용할지는 불확실하다. 이란의 주요 기관인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사법부를 장악한 강경파들은 미국과 교류에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지난달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과의 협상은 영리하거나 현명하지 않으며 명예롭지도 않다"며 "그런 협상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지난달 10일 하메네이 입장을 지지한다며 "우리는 연대를 강화할 것이고 외세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