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결제 동향 고려해 법인 통장 필요"
이복현 "2단계 입법에 스테이블 코인 반영 공감"
가상자산에 대한 법인 계좌 허용이 논의되면서 증권사에 대한 법인 자금 이체 이슈가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증권사 사장들은 금융감독 수장에게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최고경영인(CEO)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스테이블 코인 입법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규제 완화 시도들이 진행되는 환경에 맞춰 증권사에 법인 결제를 허용해 달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회사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증권회사 최고경영자들은 법인 지급결제 계좌 허용을 건의했다. 증권회사의 법인 자금이체서비스 허용은 증권업계의 숙원 사항으로, 최근 가상자산 법인계좌 허용과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 등으로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서재완 금감원 금융투자담당 부원장보,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이복현 원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이사, 최규원 리딩투자증권 대표이사,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이사, 신명호 BNK투자증권 대표이사, 한승수 모간스탠리증권 서울지점장. [사진=금융감독원]
법인 자금 이체를 위한 '법인 통장' 개설은 증권사들의 숙원 사항이다. 법인 통장 허용시 법인은 차액결제대행은행을 통하지 않고 증권사 계좌로 직접 자금이체가 가능해진다. 초대형 IB의 경우 이를 통해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기업대출과 채권 발행을 지원하는 기업금융 경쟁력도 한층 높아지게 된다.
증권사의 법인 자금이체서비스 허용은 여러 번 논의됐지만 매번 은행권의 반대로 무산됐다. 비은행에도 법인 자금이체서비스를 허용하면 결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되면 기업 간 거래(B2B)나 금융기관 간 결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증권사에도 법인 통장을 터달라는 것이다. 특히 초대형 IB처럼 기업금융에 특화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경우 법인 자금이체서비스 허용이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한 암호화폐를 말한다. 최근 결제, 송금, 거래 용도로 쓰이고 있다. 대표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USDT)는 1테더당 1달러로 암호화폐 가치를 고정했다. 급변하는 가상자산들과 달리 안정적으로 결제·송금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국내 스테이블 코인 관련 입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과 시장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해결 과제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도 2단계 가상자산 입법 과정에서 국내 국채를 담은 스테이블 코인을 허용해 줄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며 "미국 국회의 스테이블 코인 입법 동향들을 정리해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국내 국채를 보유하는 방안을 이 원장이 예시로 든 것이다. 이용자들은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다량 보유한 국내 국채를 토대로 신뢰를 가지고 결제할 수 있다. 중앙은행에 금을 비축해 두고 화폐 가치를 인정받는 과거 금본위제도와 유사한 셈이다.
정태현 기자 jt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