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를 수록 믿을 건 부동산 밖에 없네요” 고물가 경험이 가계의 주택 구입 수요를 끌어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현상에 부동산 정책뿐만 아니라 과거 인플레이션 경험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 요지다. 특히 근원 체감 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 오르면, 30대 이하의 자가 주택 소유 확률이 7.4%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최영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의 ‘인플레이션 경험이 주택 수요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경험은 주로 근원 인플레이션을 통해 주택 소유 확률에 유의한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급 측 요인이면서 변동성이 심한 비근원 물가보다, 장기적이고 수요 측 요인인 근원 물가 상승을 경험할 때 가계의 주택 구입 수요가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근원 물가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 에너지를 제외하고 산출한 물가다.
가구 특성별로 보면 30대 이하에서 근원 경험 인플레이션이 1% 포인트 오를 때 동 연령대의 자가주택 소유 확률이 7.4%p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최 연구위원은 근원 경험 인플레이션을 가구주 생애에 걸친 근원 인플레이션에 시차 변수를 적용한 가중평균으로 정의했다.
최영준 연구위원은 “30대 이하에서 소위 ‘영끌’ 현상이 나타난 데는 부동산 정책 기조 등도 영향을 줬겠지만, 과거의 인플레이션 경험, 즉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부동산 가치가 오른다는 큰 흐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30대 이하에서 특히 주택구입 수요가 높아진 것은 미국 등과 비교되는 우리나라의 특징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30대 이하뿐 아니라 남성, 기혼, 4인 이상 가족, 총자산이 작은 가구도 근원 물가 상승 경험 시 주택 소유 확률이 증가했다.
매일경제 조성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