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의회 합동연설을 위해 의사당에 들어서는 가운데 멜라니 스탠스버리(민주·뉴멕시코) 하원의원이 "이건 정상이 아니다"라고 쓴 종이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인해 미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PA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가 성장률 둔화 속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빼면 성공적이었던 미 경제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인플레이션은 더 뛰면서 성장마저 후퇴하는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들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프루덴셜 수석 이코노미스트 레이 패리스는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 중국에 모두 20% 추가관세가 더해지면 기업 투자 계획에는 광범위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투자 위축은 성장 둔화로 연결된다.
패리스는 아울러 이는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라면서 결국 관세는 고용, 임금 상승률 둔화 충격으로 가계 소득 성장세가 하강하는 가운데 가계 실질 소득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계 실질 소득이 줄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미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캐나다, 멕시코 정상과 전화 통화로 관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지만 관세 전쟁 전망은 불투명하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관세로 인해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액세스매크로의 팀 마헤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미국 경제라는 열차를 꽤나 빨리 탈선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헤디는 “비록 1970년대, 또는 1980년대 수준은 아니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플레이션
기업들은 관세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 가전제품 양판점 베스트바이의 코리 배리 최고경영자(CEO)는 4일 애널리스트들과 전화회의에서 관세가 매겨지면 그 부담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고, 결국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 악화 우려 속에 베스트바이 주가는 13% 폭락했다.
미국은 중국에서 가전 제품을, 멕시코에서는 자동차 부품과 완성차, 또 신선식품을 수입하고, 캐나다에서는 자동차와 더불어 석유를 들여온다.
미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에 막대한 관세가 붙는다는 뜻이다.
공급 충격
관세는 특히 연방준비제도(연준)에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관세라는 것이 결국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르는 공급 충격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수요가 줄면 물가와 경제 성장이 함께 후퇴하지만 공급이 줄면 경제 성장이 후퇴하면서도 가격은 오른다. 오일쇼크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빚어졌던 1970, 1980년대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되면 연준의 통화정책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지난 1년 반에 걸친 연준의 미 경제 연착륙 노력도 물거품이 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고용을 악화시키고, 성장 둔화에 따른 고용 감소에 대응해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은 더 뛴다.
연준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는 뜻이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3일 “높은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노동시장이 흔들리면 (연준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준의 금융시장 창구 역할을 하는 뉴욕 연방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도 4일 관세로 인해 올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비관했다.
보스턴 연방은행 추산에 따르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중국에 모두 20% 추가 관세는 미 근원 인플레이션을 0.5~0.8% p 끌어올릴 전망이다.
무살렘 총재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응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금리를 올렸다가 고용 회복을 위해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인플레이션이 또 뛰니 금리를 다시 올리는 악순환 속에 완전히 실패한 바 있다고 경고했다.
송경재 기자 (dympna@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