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이들 국가에서 제조·생산되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한달 동안 관세를 면제한다고 5일 발표했다.
멕시코를 생산기지로 활용해 미국 시장에 무관세 수출 혜택을 누려왔던 현대차·기아 등 국내 자동차업계와 부품업계도 일단 시간을 벌게 됐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빅3' 자동차업체와 협의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해 한달 동안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관세 일시면제 결정 배경과 관련, "USMCA와 연관된 업계의 요청에 따라 그들이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적용을 한달 동안 면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50분 동안 통화했다고 밝힌 가운데 캐나다나 멕시코와의 외교 관계 때문이 아니라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일시 조치라는 점을 명확히 하려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클라우다이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도 통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빅3' 메이커 대표와도 직접 통화했다. 자동차업체 대표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투자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관세 및 환경정책과 관련한 정책 확실성을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업계에서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관세가 부과되면 일부 차량의 가격이 대당 1만달러 이상 오르고 자동차업체 수익성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매년 수천억달러 상당의 원자재, 부품 및 자동차가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를 오간 뒤 자동차가 완성된다"며 "트럼프 관세가 신차 가격을 수천달러 올리고 오랜 공급망을 뒤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앤더슨 이코노믹 그룹의 연구를 인용해 트럼프 관세 부과 이후 미국의 자동차 가격이 최대 1만2000달러(약 1730만 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캐나다와 멕시코 생산 비중이 높은 GM과 포드의 경우 관세 부과에 따라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각각 90%, 3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관세 한달 면제로 멕시코에 공장을 둔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자동차 메이커도 한숨 돌리게 됐다. 기아는 멕시코 공장에서 연간 25만대를 생산해 이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12만대가량을 미국에 수출한다.
한편 레빗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음달 2일 전 세계 각국의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감안해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가 발효된다고 재확인했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