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각국 방위를 위해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입장을 바꿨고 동시에 유럽에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며 "우리는 새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에 관해 "나는 미국이 우리 편에 설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차기 독일 총리의 역사적 요청에 부응해 우리의 핵 억지력으로 유럽 대륙의 동맹국들을 보호하는 전략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무기 사용 권한은 프랑스 대통령이 가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프랑스도 위협받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버리고 평화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가 북한군 병사와 이란 장비를 우리 대륙에 동원하면서 그 국가들의 무장을 돕고 있다"며 "러시아의 침공은 국경을 초월한다"고 경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가 군비를 계속 증강하고 있다며 유럽의 국방력 증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는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에서 "유럽 땅에서 유럽산 무기를 구매하고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 공동 자금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항복할 수는 없고 너무 취약한 휴전 협정이 이뤄져서도 안 된다"며 "유럽 국가들이 단단하고 지속가능한 평화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우크라이나가 다시 러시아의 침략을 받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그 방안으로 "유럽 평화유지군이 파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유럽의 유일한 핵보유국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해 7월 기준 핵탄두 29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은 225기를 보유 중이다. 러시아는 5580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프리드리히 메르츠 차기 독일 총리는 지난달 21일 독일 매체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도움 없이 자체적인 핵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며 관련 논의를 시작할 것을 영국과 프랑스에 제안한 바 있다.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