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 현실화… 3대 지수 급락
일러스트=양진경
지난 4일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추가 관세를 확정하면서 트럼프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이 현실화되자 미국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평균은 1.6%, S&P500은 1.2%, 나스닥은 0.4% 하락 마감했다. 특히, S&P500과 나스닥은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친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랐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그러나 트럼프 관세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과 또 다른 타깃이 된 유럽은 올 들어 주가가 상승세다. 최근 한 달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선전지수는 1~2%대, 홍콩 항셍지수는 10%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유럽 50개 우량 기업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는 0.75%, 독일 DAX도 1.94% 올랐다. 또 트럼프 관세의 초기 타깃인 캐나다, 멕시코 주가는 각각 3.8%, 0.6% 떨어져 4~7%대 떨어진 미국보다 하락세가 덜하다.
그래픽=양진경
트럼프 관세 전쟁에도 중국·유럽 주가 상승세
중국과 유럽 주식시장이 트럼프발(發) 관세 폭격에도 선방하는 이유는 트럼프 관세가 어느 정도 예상한 범위여서 이미 ‘내성’이 생겼고, 관세 정책 발표로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협상용 카드 성격이 강하고, 실제 경제에 타격을 주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은 트럼프가 전 세계와 관세 전쟁을 하느라 정신없는 것이 중국 경제에 숨 쉴 공간을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싱가포르 CNA방송은 “트럼프는 미국의 최대 경쟁자인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휴전을 준비하고, 연방 인력을 줄이고, 불법 이민을 중단하고, 미국 인플레이션을 낮추느라 고민하는 동안 중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신(新)에너지 발전은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도 트럼프 관세로 피해를 보겠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으로 경제 회복, 유럽 국방비 증가로 인한 방산 기업의 호황 등 긍정적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는 “유럽 증시는 러·우 전쟁 종식 가능성과 그로 인한 낮은 에너지 가격, 견실한 기업 수익, 더 밝은 경제 전망 등으로 인한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했다. 프랑스의 예산안 통과를 통한 경제 강화, 독일 새 정부의 경제 정책 개혁 등도 유럽 주가의 상승 요인이다.
트럼프 관세 전쟁, 미국이 가장 큰 피해자?
미국의 이웃 나라로 관세율 25%라는 대규모 공격을 받고 있는 캐나다 주가는 최근 한 달간 3.8%, 멕시코 주가는 0.6% 떨어지기는 했다. 그런데 이들보다 가장 큰 폭의 주가 하락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미국 주식시장이다. 트럼프 관세 전쟁이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등 부메랑으로 돌아와 미국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과 공공 부문 개혁의 결과로 인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올해 초 10%에서 현재 25~30%까지 증가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는 인플레이션이 아직 완전히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많은 경제학자는 이런 결정이 미국 가계의 비용을 더 높이고 경제 성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한다”고 했다.
실제 미국의 각종 지표가 침체 신호를 내고 있다. 미국 성장률을 실시간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Now)는 최근 1분기(1~3월) 미국 성장률 전망을 -1.5%에서 -2.8%로 대폭 낮췄다. 기업 심리를 나타내는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2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50.3으로 1월(50.6)보다 하락했다. 이 지표는 26개월 연속 위축세를 보이다 1월 확장 국면으로 돌아섰지만, 2월 다시 둔화했다.
트럼프 관세가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 달러 가치도 떨어뜨린다는 분석도 나왔다. 도이체은행은 “최근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달러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최근 한 달간 달러 대비 유로 가치는 2.4% 상승했고(달러 약세, 유로 강세),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도 2.9% 올랐다.
이혜운 기자 liet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