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이 핵심 원인
닭 직접 키우고 계란 수송차 도난
국내선 방역에 심혈, 생산량 증가
미국에서 계란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계란 한 판(12개) 가격이 9.53달러(약 1만4000원)를 돌파하며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개당 1.25달러(약 1800원)에 이르는 가격이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계란 가격이 폭등하고 연쇄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에그플레이션’(egg+inflation)을 맞았다. 현시점 우리나라는 조류 인플루엔자 영향을 받고 있지 않지만 정부 차원에서 계란 수급 상황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소비자물가 통계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A등급 대란 12개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월 4.95달러로 전월 대비 15.2% 급등했다. 1년 전과 비교해 53% 오른 가격이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계란 값이 치솟았던 2023년 1월의 4.82달러도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계란 가격 상승률은 지난 1월 미국 가정 내 식품 물가 상승분의 3분의 2에 기여했다고 미 노동부는 설명했다.
일부 지역의 식료품 매장에서는 높은 가격에도 계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와플과 햄버거,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는 식당 프랜차이즈는 지난 3일부터 계란이 포함된 메뉴에 50센트(약 700원)를 추가 청구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수송 트럭 내 계란이 통째로 도난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자택 뒤뜰에서 닭을 직접 키우려는 미국인이 최근 1100만 가구로 늘었다는 미국반려동물제품협회(APPA) 통계도 소개됐다.
미국 내 계란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지목되고 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2022년 초부터 약 1억 마리의 닭 등 가금류가 폐사됐다.
계란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며 미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추긴 관세 전쟁으로 당장 수입을 늘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은 2015년 조류 인플루엔자로 계란 가격이 폭등하자 스페인,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계란을 수입한 바 있다.
미 행정부는 계란 가격 상승이 최근 미국 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최대 10억 달러(약 1조43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같은 재정 지원에도 산란계가 자라는 데는 최소 3개월이 걸려 올해 2분기 이후에나 가격이 차츰 떨어질 것이란 현지 분석이 나온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가격 하락에 장애물이다.
국내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방지를 위한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이달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7908만 마리로 평년보다 9.4%가량 증가했다.
지난달 계란 산지 가격은 특란 10개 기준 1550~1650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 계란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