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으로 설정했다. 내수가 부진한 데다 미국과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지만 일단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R&D(연구개발) 예산과 국방예산도 큰 폭으로 늘린다.
중국 정부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릴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개막식에 앞서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중국은 지난해 5%의 성장률에 도달,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의 5% 성장 목표는 내수경기 하강과 격화하는 글로벌 무역전쟁 기조를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설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시킨 관세전쟁 속에서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동력 중 하나인 수출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요지부동인 중국 내수경기 부진도 부정적 변수다.
중국 정부는 이를 감안해 유동성 공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올해 재정적자율을 GDP 대비 4%로 설정, 확장재정 기조를 분명히 했다. 중국 정부는 양회(전인대-정협)에 앞서 주요 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민간기업은 물론 가계 유동성을 확대, 지출을 유도하겠다는 거다.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2%로 설정, 사실상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을 동반한 경기부진)을 인정했다. 중국 정부가 2%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설정한 건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정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꼭 달성해야 할 숫자라기보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상한선의 개념이다. 그러나 최근 CPI(소비자물가지수)가 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실질 물가상승률과 목표치 간 괴리가 큰 상황이었다. 중국 경제가 사실상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중국 정부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1년 만에 2%대로 조정하면서, 보다 본격적인 내수진작과 물가회복 전략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책 마련을 위한 현상 인정이라는 거다. 재정적자율을 늘리고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심을 모았던 R&D 예산 지출은 전년 대비 10% 늘어난 3981억위안(약 80조원)으로 설정했다. 딥시크(DeepSeek)로 대표되는 AI(인공지능)나 로봇, 드론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또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을 최근 2년간과 동일한 7.2%로 설정, 3년 연속 국방 예산을 증액하기로 했다. 양안(중국-대만) 관계가 악화하고 동남아 해역에서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군비 확장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한편 중국 최대 정치이벤트 양회의 하이라이트 격인 전인대 개막식과 리창 국무원 총리의 업무보고는 한국 시간 오전 10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