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트럼프 행정부의) 공약 구체화 과정에서 국내 산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팀은 변화 흐름을 우리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로 만들어 나가겠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7일 경제관계장관회의)
윤석열 정부 경제팀이 트럼프 2기 집권이란 변수를 맞아 고민이 깊어졌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정책으로 무역·금융시장 등 분야에서 충격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 기회 요인을 최대한 발굴하겠단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당초 기대에 비해 녹록지 않다. 연말을 한 달여 앞두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 목표치(2.5%)를 이루긴 어려워졌다. 지난 3분기(7~9월) 성장률(0.1%)이 기대에 못 미친 탓에 4분기(10~12월)에만 1%를 웃돌게 성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내수가 어려운데다 수출도 지난해 기저효과가 옅어지며 동력이 예전 같진 않단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현 정부의 정책 변수는 커졌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정부는 경제부총리를 컨트롤타워로 하는 금융·통상·산업 3대 분야의 회의체를 가동한다. 또한 이달 중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 대책을 논의한다.
과거 트럼프 집권 1기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세계 경제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2기 트럼프 행정부 역시 비슷한 행보가 예상된다. 미국을 상대적으로 무역수지를 챙기고 있는 우리 경제 구조상 불안감이 적잖은 이유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견제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대목이다.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중국의 경기둔화 때는 상품 수요가 줄어들고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이란 분석이 짙다. 미국-중국 간 관세전쟁을 요인으로 향후 우리 경제성장률이 1% 가까이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란 시나리오다.
반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배터리 셀·소재 등 시장 내에서 우리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단 시각도 있다.
미국 내 반도체·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짓는 외국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칩스법이 철회될 우려도 나온다. 이와 달리 보조금 정책이 트럼프 1기 때 준비된 점을 들어 폐지보다는 수정될 가능성이 높단 전망도 교차한다.
조선과 석유화학 등 분야는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높은 산업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정책 변화가 그 요인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화석연료 채굴, 친환경 관련 규제 폐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화석 연료를 중심으로 정책이 선회하면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사용을 확대할 수 있고 운반선 수요가 늘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친환경 정책 대신 원유 생산을 늘려 국제유가가 안정화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에너지 공급이 늘면 가격은 하락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원전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만큼 국내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법무법인 율촌은 "미국이 한미 소형모듈원전(SMR) 공동 수출이 트럼프 2기에도 지속될 경우 양국 간 협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그동안 중국이 압도적인 지위를 누렸던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을 새롭게 발굴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미 정부 공조를 통해 이뤘던 성과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일관성 있게 이어질 수 있도록 의제를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