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대대적인 연방 공무원 감원을 예고했다.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위해 재택근무부터 없애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DOGE의 공동수장인 머스크 CEO와 기업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20일(현지시간) '정부 개혁을 위한 DOGE의 계획'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앞으로 추진할 연방정부 구조조정에 대한 구상을 소개했다.
이들은 기고에서 △규제 폐지 △행정적 감축 △비용 절감 등 3가지 주요 개혁 추진을 약속했다. DOGE는 별도 부처가 아니라 백악관 관리예산국과 협력하는 조직으로, 기존 법률에 근거한 행정조치로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점도 확실히 했다. 고착화한 관료주의가 미국을 위협하고 있으며 정치인들이 오랜 기간 방조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신들은 정치인이 아닌 기업인의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강조했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연방정부가 대통령 행정명령을 남용해 의회의 입법 권한을 넘어서는 수준의 규제를 하고 있다"며 "위헌적인 규제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이 같은 규제를 즉각 중단하고 재검토 및 폐지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며 "규제를 없애면 공무원 수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각 정부 기관이 헌법에서 허용하고 법령으로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최소 인력을 식별해야 한다는 기준도 내놨다. 폐기되는 연방 규정의 숫자에 비례하는 만큼 연방 공무원을 해고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구상이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연방 공무원을 정치적 보복 차원에서 해고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특정 직원을 겨냥하지 않은 인력 감축은 허용된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에게 연방 공무원 대규모 해고와 연방 기관의 수도 밖 이전 등 권한이 있다는 점도 짚었다. 다만 인력 감축으로 자리가 없어진 공무원의 경우 민간 부문 이직을 돕겠다고 제안했다.
DOGE 수장들은 재택근무를 없애면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퇴사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연방 공무원들에게 주5일 출근을 의무화하면 많은 수가 자발적으로 그만둘 것"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났는데도 사무실에 나오고 싶어 하지 않는 공무원에게 미국 납세자들이 급여를 지급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실제 워싱턴DC 연방정부에선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공무원들의 재택근무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 연방 인사관리처(OPM)에 따르면 현재 연방 공무원 130만명이 원격 근무를 승인받았다. 이들은 전체 근무시간의 60%만 사무실에서 일한다. DOGE의 재택근무 금지 계획은 머스크 CEO의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 머스크 CEO는 2022년 트위터 인수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첫 단체 이메일에서 재택근무 금지를 선언했고, 테슬라 임원들에겐 코로나19 때도 사무실 출근을 요구했다.
DOGE는 또 의회 허가를 받지 않거나 의도하지 않은 용도로 사용되는 예산이 연간 5000억달러를 넘어선다고 판단, 이 같은 지출을 줄일 방침이다. 삭감 대상으로는 국제기구 지원금 15억달러(약 2조원), 공영방송공사 예산 5억3500만달러(약 7500억원), 친민주당 성향 시민단체 보조금 3억달러(약 4200억원) 등을 거론했다.
연방정부 계약 및 조달 과정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도 예고했다. 국방부 지도부가 연간 8000억달러(약 1100조원) 이상인 국방부 내부 예산 용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정 부처를 언급했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