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8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린 3.0%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10월 0.25%포인트 인하한 데 이은 결정으로 시장의 예상을 뒤집었다.
앞서 시장은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대선 영향으로 인한 환율 불안정성이 높고,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실제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12월 채권시장 지표(BMSI)'에 따르면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58개 기관, 100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83%는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이후 긴축 정책을 시작했다. 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동안 지속됐다. 그러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은은 동결 기조를 깨고 경기 부진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변경한 뒤, 두 번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이같은 기준금리 연속 인하는 15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의 빠른 금리 인하는 위축된 수출 경기와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앞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2% 역성장했다. 3분기에도 GDP는 0.1% 증가에 그쳤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우리 경제의 핵심인 수출이 쪼그라들 수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앞서 금리 동결 전망의 이유로 지목됐던 가계부채와 환율 변동성은 이번 결정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9월 둔화했다가 10월에 다시 확대됐다. 가계부채 증가세에 부채질을 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도 여전하다. 한은의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지수가 전월 대비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기준선(100)을 넘은 109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증가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도 여전히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10원까지 올랐다. 이처럼 환율의 단기적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인할 경우 한미 금리차 역전폭이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더 튀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금리 인하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1.25%포인트로 좁혀졌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