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을 하루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지난달 금통위 이후 글로벌 경제에 많은 변수들이 생긴 탓이다.
시장에선 가계부채 증가와 치솟는 환율 등 금융안정에 방점을 둔다면 동결을, 내수 진작 등 경기 대응에 무게를 둔다면 금리 인하를 선택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8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 10월에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낮춘 바 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의 기준금리 방향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지만 동결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대내외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데다, 여전히 증가세인 가계부채와 1400원까지 급등한 원·달러 환율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아직 불씨가 남아있는 가계부채가 금리 인하의 최대 걸림돌이다. 최근 대출 한도 제한 등 규제가 시행된 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의 불씨가 옮겨 붙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10월 1·2금융권의 합산 가계대출은 6조6000억원 늘면서 전달(5조3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또 지난 3분기 국내 가계부채는 190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913조8000억원으로 지난 2분기보다 18조원 늘어나면서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1112조1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9조4000억원 늘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안정의 중요도까지 낮아진 건 아니다”라며 “연속 금리 인하 땐 간신히 안정되기 시작한 주담대 증가 속도를 다시 높일 수 있다”며 동결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1400원대를 넘나들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변수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원화 약세에 따라 환율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자극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그나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물가상승률도 치솟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환율에 대한 우려는 금리동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한은 총재는 환율을 추가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높아진 원화 수준은 한은의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수 부진이 깜짝 금리 인하를 낳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국 경제는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채 3분기 이후 수출마저 둔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 2.5%로 0.4%p 상향 조정됐으나, 8월에 2.4%로 0.1%p 하향조정됐다.
내년 역시 낮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경제 성장 동력을 끌어올릴 요인은 적은 반면, 반대 위험은 많다는 의견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0%로 예상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성장률 둔화 우려가 커지고 물가 흐름도 2%를 밑돌고 있어 금리 인하 관련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하지만 11월 금통위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권 무역정책 변화나 환율 변동이 한국 경기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당장 구체적 악화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단순히 높아진 외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하는 명분이 약하다”고 덧붙였다.
데일리안 이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