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한파가 몰아치면서 12월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폭이 2003년 12월 이후 2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건설업계는 17개월째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13일 발표한 '2024년 12월 고용행정 통계로 보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1531만1100명이다.
고용보험 전체 가입자 수는 1년 전인 2023년 12월과 비교해 15만9000명(1.1%) 증가했으나, 전월(18만9000명)에 비해 3만명이나 줄면서 두 달째 감소 중이다.
특히 12월 기준으로만 보면 2003년 12월 5만3000명이 증가한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 측정하는 가입자 수 증가율 역시 2023년까지 2.0%를 유지했으나, 지난해에는 1%대로 떨어지는 등 가입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업황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가 1만7000명 줄어들면서 17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건설업 가입자 수는 2023년 8월 처음으로 '0'명을 기록한 뒤 계속해서 순감소하는 추세로,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건설업 가입자 수 증감은 ▲1월 -2000명 ▲2월 -4000명 ▲3월 -6000명 ▲4월 -7000명 ▲5월 -8000명 ▲6월 -1만명 ▲7월 -1만2000명 ▲8월 -1만3000명 ▲9월 -1만5000명 ▲10월 -1만5000명 ▲11월 -1만7000명 ▲12월 -1만7000명이었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지난해 8월 일용근로자 고용보험 가입확대, 내일배움카드 훈련비 상향을 통한 전직 지원 등 대책을 내놨지만 전반적인 업계 상황이 좋지 않아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역시 1년 전인 2023년 12월보다는 2만6000명 늘었으나, 여기서 외국인 가입자를 제외한 내국인 가입자는 되레 8000명이 줄었다. 제조업 내국인 가입자 수는 2023년 10월부터 15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서비스업은 14만9000명이 늘면서 가입자 수 증가를 견인했다.
연령별로는 인구감소 영향을 받은 29세 이하와 40대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각각 28개월, 14개월째 줄고 있다. 20세 이하는 10만1000명이, 40대는 4만8000명이 감소했다.
반면 30대는 6만3000명, 50대는 7만7000명, 60세 이상은 16만8000명 늘었다.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과거 카드대란이나 외환위기, 금융위기 같은 큰 위기가 있을 때도 이보다 가입자 증가율이 낮지는 않았다"며 "현재 65세 이상은 고용보험 신규가입이 안 되는 구조인데, 가입되는 15세~65세 구간 취업자는 더 크게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감소가 '탄핵 정국' 때문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고용부의 분석이다.
천 과장은 "가장 크게 둔화된 산업은 사회복지서비스업인데, 정부 직접일자리 사업 중에서 시장형 일자리 사업들이 크게 확대됐는데 연말이 되면서 고용계약이 종료된 영향이 큰 것 같다"며 "정치적 이슈 때문에 고용보험 가입자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실업급여(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10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000명(9.0%)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1만5000명), 도소매업(3400명), 정보통신업(2900명) 등에서 증가했다. 교육서비스(5700명), 보건복지(1900명), 공공행정(1000명) 등에서 감소했다.
전체 구직급여 지급자는 53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만9000명(3.6%) 증가했다. 지급액은 8032억원이다.
뉴시스 고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