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작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이라면 코로나19 극복 이후 첫 5% 하회 사례다. 중국 정부는 산업생산을 기반으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내수부진이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13일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베이징대(북경대) 국민경제연구센터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작년 4분기까지 경제 회복이 계속됐고 전반적인 운영은 안정을 찾고 있다"며 "4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4.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작년 전체 성장률도 4.8%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오는 17일 지난해 GDP 성장률을 일단 발표할 예정이다. 1~3분기 경제성장률이 4.8%였던 만큼 연간 5%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4분기 5%를 크게 상회하는 성장률이 필요했다. 그러나 연말까지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4분기 5% 달성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따라서 연간 성장률도 5%를 넘어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 정부는 '5% 안팎' 경제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3분기부터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쳤다. 연초부터 계속됐던 금리인하와 은행 지급준비율 축소에 이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는 한편 기업 융자를 확대하는 등 시장 유동성 공급에 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중국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기관이나 다름없는 베이징대는 4.8%가 '5% 안팎'이라는 중국 정부 목표에 부합한다고 해석했다. 베이징대는 4.8% 전망을 발표하면서 "4.8%는 '약 5%(5% 안팎)'라는 중국 정부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대체로 달성한 수치이며, 특히 연말로 갈수록 가전제품 등 고가 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게 눈길을 끈다"고 분석했다.
반면 민간은 중국의 4분기 경제회복 기조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 평가를 내놓진 않고 있다. 화타이증권의 이쉬안 수석거시경제위원은 "9월 이후 경기부양책이 소비와 부동산, 산업생산 회복을 견인했고, 이에 따라 4분기 GDP 성장률은 5.2%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3분기 누적 4.8% 성장을 감안할 때 역시 연간 5%를 약간 밑돌거라는 전망이다.
차이웨이 KPMG중국경제연구원 원장도 "선진국 금리인하 사이클 진입에 따라 중국 수출수요가 크게 반등했고, 첨단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생산력이 빠르게 성장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연간 GDP 목표치 달성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2024년 GDP 성장률이 5%를 하회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2년 3.0% 이후 2년 만에 다시 5%를 밑도는 셈이다. 중국은 코로나 직후인 2020년 2.2%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21년엔 기저효과에 힘입어 무려 8.4% 성장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2년 다시 3.0%로 꺾였다가 어렵다던 2023년에도 5.2%로 목표를 상회했다.
그러나 2024년 5%를 하회가 현실화하면 이는 중국이 공표한 목표치를 미달하는 네 번째 사례가 된다. 중국은 1994년부터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는데 1998년 8.0%를 목표로 하고도 7.8%에 그쳤고, 2014년엔 7.5% 안팎을 목표로 세운 후 7.4%를 기록했다. 3%를 기록한 2022년의 목표는 5.5% 안팎이었다.
사실상 달성이라는 분석이 무안할 정도로 실질 지표들엔 여전히 힘이 없다. 중국 중소기업협회는 12일 작년 4분기 중소기업발전지수(SMEDI)를 발표했는데, 89.0으로 3분기 대비 0.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경기회복이라는 표현을 갖다대긴 어려워 보인다. 12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12월 산업부가가치 성장률도 5.35%로 전월 대비 낮아졌다.
세무총국이 최근 부가세 계산 데이터를 바탕으로 4분기 전국 기업 판매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3.8% 늘었다고 집계한 정도가 그나마 긍정적인 데이터다.
장리춘 중국물류구매연합회 애널리스트는 "각종 지표들이 여전히 성장과 위축의 경계선에 머물면서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통증권 첸싱 거시애널리스트는 "전국 제조업 PMI가 하락한 것에서 보듯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