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정비사업 공사비가 1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로 건설사들의 인건비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강남권에서는 아파트 고급화를 추진하며 공사비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5차아파트는 지난 9일 재건축 정비사업 예정 공사비를 3.3㎡(평)당 990만원으로 책정해 입찰 공고를 냈다. 이 단지는 지난 7월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지만 응찰한 건설사가 없었다. 이에 약 6개월 만에 공사비를 11% 높여 다시 시공사 찾기에 나선 것이다.
1986년 준공된 이 단지는 3개 동, 168가구로 지어진 소규모 단지다. 수도권 지하철 9호선 사평역 초역세권 단지고, 3·7·9호선이 통과하는 고속터미널역도 도보로 이용 가능하다. 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5층, 3개동, 305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 단지는 삼호가든 아파트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로 알려져 있다. 삼호가든 1·2차는 1119가구 규모의 반포리체, 삼호가든3차는 848가구 규모의 디에이치반포라클라스, 삼호가든4차는 764가구 규모의 반포써밋으로 재건축을 마쳤다.
삼호가든5차 아파트의 재건축 공사비가 1000만원에 육박한 건 고급화 추진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 단지 재건축 조감도를 살펴보면 ‘스카이 브릿지’ 조성이 예정돼 있다. 스카이브릿지는 아파트 옥상 등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해주는 연결 통로다. 건설업계에서는 스카이브릿지 조성 건설비용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도 이 단지 규모가 현재 100가구 안팎으로 작아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리기 어렵다는 점도 높은 공사비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삼호가든 5차 외에도 강남권에서는 공사비가 1000만원에 육박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속터미널역 초역세권 단지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4차아파트도 평당 공사비를 950만원으로 책정해 지난달 시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 이에 앞서 신반포2차 아파트도 지난 8월 평당 공사비 950만원에 시공사 입찰에 나서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확정됐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의 고급화 추진 외에도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등도 공사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공기가 급격히 늘어나며 공사비가 인상됐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안전 관리자 채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129.22로 2020년 9월(100.66) 이후 약 4년 만에 30% 가까이 올랐다. 이 같은 공사비 상승은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귀결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 서울에서 1년간 신규 분양된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평당 4720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8% 올랐다.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비 역시 1000만원에 육박하는 단지가 나오며 사업을 철회하거나 재건축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건영아파트 리모델링조합은 시공사인 GS건설과 평당 공사비를 기존 687만원에서 1137만원으로 상향하는 변경계약을 체결하고 이주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의 평균 분담금은 5억7000만원대로 책정됐다. 이는 기존 리모델링 단지 중 최고 분담금인 강남구 ‘개포더샵트리에’가 기록한 4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매일경제 김유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