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새해 금리인하 기대감 등으로 집값 버티기에 나섰던 집주인들이 수요자들 눈높이에 맞춰 가격을 조정해도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지난달(2024년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494건이다. 남은 신고일을 감안해도 3000건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 월별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해 7월 9216건으로 단기 정점을 찍은 후 4개월 연속 3000건대를 기록하고 있다.
거래가 침체되면서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6000건~8만9000건대 사이를 오가고 있다.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729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5815건) 대비 15%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성동구가 5682건으로 지난달(5334건) 대비 가장 많이 늘었다. 이어 성북구(4828건→5114건), 관악구(3460건→3780건), 동대문구(5411건→5562건) 순으로 매물이 증가했다.
올해 들어 직전 거래 대비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이달 매물이 가장 많이 증가한 서울 성동구 행당동 행당대림 전용면적 114㎡는 지난 4일 14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는 지난달 8일 15억500만원이다. 한 달도 안 돼 9500만원이 떨어진 셈이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 옥수리버젠 전용 59㎡는 지난 9일 직전 거래(지난해 12월11일)보다 2000만원 빠진 16억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지난해 10월 18억5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16억원대까지 떨어졌다.
강남도 예외는 아니다.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 1차 아파트 전용 127㎡는 지난해 11월 44억5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최고가인 직전 거래보다 1억5000만원 하락한 43억원에 거래됐다.
실거래가 하락은 서울 평균 매매가로도 나타난다. 이날 기준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9억9518만원으로 22개월 만에 1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달(11억3177만원)과 비교하면 1억3659만원 줄었다.
그러나 실수요자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7.0으로 지난해 6월 셋째 주(98.0) 이후 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셋째 주(101.6→101.0)를 시작으로 12주 연속 하락세다. 특히 지난해 11월 셋째 주(99.9) 100 이하로 떨어진 뒤 8주 연속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서울 소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거래가 없어도 호가를 낮추는 집주인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최근에는 호가를 조정하거나 원하는 가격으로 맞춰주겠다는 연락을 해도 대부분 매수 계획을 철회했다는 답변이 돌아와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