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정상회담이 오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열심히 공들여 성사시킨 만남이다. 관세 협상은 물론이고 영토 분쟁, 국방비 등 다양한 안건이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갈 전망이다. 최근 세계에서 주목받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를 견제하기 위한 미·일 협력을 공표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4일 일본 NHK방송은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양국이 생성형 AI 연구개발에 협력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며 "한 발 나아가 이를 공동성명으로 발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전날 이시바 총리는 일본을 방문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을 총리실에서 만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AI 개발에 대한 양자간 협약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두 업체의 미국 내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들은 이시바 총리는 "일본과 미국이 AI 분야에 있어 협력을 깊게 해 세계가 보다 평화롭고, 안전하게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는 입장을 보였다. 손 회장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AI 기술의 중심지가 되도록 하려는 의지가 강력하다"며 "일본에서 최첨단 AI 기술이 나와 전세계에 선보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 방문 때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입장에 적극 동조할 뜻도 밝힐 전망이다. 그는 전날 의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매우 강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반도체에 관한 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뜻을 같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다른 나라와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 중인 관세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NHK는 "이시바 총리는 대미투자 부문에서 일본이 5년 연속 선두이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걸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해 경제적 마찰을 피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경제 분야의 협력이 논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라며 "안정적인 에너지 수출입 방식과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 문제 등을 놓고도 의견이 오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일본 외신들은 미국 LNG 수입 확대와 함께 우리 돈 66조 원 규모의 알래스카 가스관 건설 지원 방안도 언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으로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와 기술 등 폭넓은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미·일 동맹의 심화를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 현안도 함께 가져간다. 오키나와는 물론이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제5조 적용 대상임을 확실히 하고 미일 동맹을 공고히 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지난달 31일 미일 국방부 장관이 전화통화로 먼저 논의하기도 했다.
지지통신은 또 미일 정상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중국의 패권주의적 움직임을 근거로 미일 동맹 억지력·대처력 강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군과 자위대의 지휘 통제 협력 향상 등도 언급될 전망이다. 특히 이시바 총리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협력을 요구할 생각인 것으로 전해진다.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