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의 관세전쟁 여파에도 불구하고 일제 상승하면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중국의 보복조치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고 캐나다와 멕시코처럼 극적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4.13포인트(0.30%) 오른 4만4556.04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스탠다스앤푸어스)500 지수는 43.31포인트(0.72%) 오른 6037.8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62.06포인트(1.35%) 오른 1만9654.02에 장을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이날 반등으로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당초 우려에 비해 관세전쟁 충격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협상용'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시장이 안정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부터 부과하려던 캐나다와 멕시코 25% 관세는 전날 장 마감 전후 정상간 극적 합의로 한달 동안 유예됐다. 중국에 대한 10% 관세 추가 부과는 예정대로 시행됐지만 중국의 보복 조치가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원유, 농기계, 대형 배기량 자동차에 대해 10%,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15% 관세를 각각 추가 부과하기로 했다. 또 이날부터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등에 대한 수출 통제도 시행하기로 했다. 미국은 텅스턴의 4분의 1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 중이다. 중국 반독점 규제기관인 시장감독관리총국은 미국 빅테크 구글에 대해서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의 대응 조치가 예상 수준을 밑돌면서 외교통상가에서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미국이 중국과도 관세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구글의 경우 중국 사업에서 대부분 철수한 데다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원유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대응 조치가 미국 경제나 기업에 직접적인 보복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라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신호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겠다고 밝히며 협상 여지를 남겨둔 상황이다.
관세전쟁 여파보다는 개별 기업의 실적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팔란티어는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발표한 데 힘입어 23.99% 오른 103.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팔란티어 주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전 16.72달러였던 주가가 6배 이상 올랐다.
팔란티어는 전날 장 마감 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6% 증가한 8억28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7억7600만달러를 훌쩍 웃도는 성적이다. 주당 순이익(EPS)도 시장 예상치 0.11달러를 웃도는 0.14달러를 기록했다.
'매그니피센트7' 주가도 일제히 상승했다. 애플(2.1%), 마이크로소프트(0.35%), 엔비디아(1.71%), 아마존(1.95%), 알파벳(2.5%), 메타(0.96%) 테슬라(2.22%) 모두 반등에 성공했다.
인프라 캐피탈 어드바이저의 제이 햇필드는 "이번 관세는 경제적 이유로 부과한 관세가 아니라 정치적 관세이기 때문에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대부분의 수입품에 5%에서 10%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고 이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제 금값은 무역전쟁 우려에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2845.14달러를 고점으로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