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네이버의 보유 지분을 늘렸다.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과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네이버가 AI(인공지능)와 로봇 등 차세대 산업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국내외 기관들의 투자심리에 불을 붙인 모습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영하는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는 지난 10일 장내 주식 매수를 통해 네이버의 보유 지분을 1.02%포인트 확대했다고 공시했다. 블랙록이 보유한 네이버 지분은 5.03%에서 6.05%로 증가했다. 보유 주식 수는 165만6639주에서 959만2734주로 6배 가까이 뛰었다. 전날 네이버 종가 기준(20만6500원) 블랙록이 보유한 네이버 지분 가치는 1조9808억원에 달한다.
네이버 주가는 지난해 8월 5일 장 중 15만11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뒤 반등하며 현재는 당시 기준 36.7% 상승하며 20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주요 투자 주체로는 외국인과 기관이 네이버 주가를 밀어 올렸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네이버 주식을 각각 9137억원, 4200억원어치 사들였다. 코스피 순매수 규모로는 각각 2위와 5위에 해당한다.
대신증권 이지은 연구원은 "지난해 말 (네이버의 주가가) 긍정적 흐름을 보인 데는 3분기 호실적 이후 높아진 시장의 이익 기대치와 부진한 업황에도 광고의 견조한 실적 성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네이버는 국내 증시에서 가장 대표적인 성장주로 거론되는 종목이다. 통상 성장주는 고금리 환경에서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금리 인상은 기업의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을 높여 성장주 주가에 부담을 주는 재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긴축 기조가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계기로 일단락됐고 AI, 로봇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네이버의 지속 투자에 기관들의 투자심리는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AI 기반 맞춤 쇼핑 기능을 고도화하고 타깃 광고를 활성화하면서 4분기 관련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5266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3개월 전(5075억원) 대비 3.76% 증가한 수치다.
KB증권 이선화 연구원은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30일 AI 기반 맞춤 쇼핑 추천 기능을 고도화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베타 서비스를 론칭한 바 있다"며 "현재는 네이버 쇼핑 안에서 해당 서비스가 인앱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올해 1분기 중 별도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출시해 정식 론칭할 계획이다"라고 짚었다.
이어 "개인화된 상품 추천 및 통합 배송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락인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판매자 관점에서도 물류 직계약 서비스를 도입해 배송 단가를 절감하고 배송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의 성공적인 론칭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네이버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한 증권사들 중 일부는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DB금융투자, KB증권은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각각 2만8000원, 2만원 높인 26만1000원, 26만원으로 제시했다. 유안타증권은 목표주가를 높여 잡지는 않았으나 29만원을 제시하며 증권가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다.
유안타증권 이창영 연구원은 "(네이버는) 올해 광고 특화 AI 플랫폼 'ADVoost'를 출시하며 광고입찰, 예산, 타겟팅, 키워드 등 AI 광고를 보다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지난해 11월 26일부터 시작된 네이버-넷플릭스 멤버십 연동을 통한 멤버십의 큰 증가로 쇼핑 등 멤버십 관련 매출 증가 및 플랫폼 경쟁력 증가하며 올해도 실적 개선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 중소기업신문(http://www.sm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