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없는데 인건비만 부담
1인 자영업자 6년만에 감소
고용안정 바로미터 상용직
취업자 증가폭 22년래 최저
한 가게에서 자영업자가 홀로 일을 하고 있다.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이승환 기자]
# 50대 A씨는 지난해 초까지 지배인 1명과 낮밤 교대근무를 하면서 경기도에서 노래방을 운영했다.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지배인에게 월급을 주기도 벅찰 만큼 손님이 끊기면서 결국 지배인을 내보냈다. 하루 평균 손님이 10명이 채 안 되는 상황이 지속되자 A씨는 폐업도 고민하고 있다.
A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 노래방에 손님이 많아질 줄 알았는데 코로나19 때보다 훨씬 힘들다”며 “연말이었던 지난해 12월에도 손님이 거의 없어서 가게 월세도 밀렸다”고 토로했다.
지속되는 내수 부진과 고금리, 인건비 부담 속에 지난해 ‘나 홀로 사장님’으로 불리는 1인 자영업자가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사실상 폐업으로 치닫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상용직 취업자 증가폭이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고용의 질도 악화됐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영업자는 565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2000명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1만8000명)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 2024년 7월 서울 서대문구 한 대학가 앞 폐업 점포에 임대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특히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의 감소폭이 컸다. ‘나 홀로 사장님’은 전년보다 4만4000명 줄어든 422만5000명으로 2018년(-8만7000명)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반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만2000명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2022년(5만8000명), 2023년(5만4000명)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경기가 좋을 때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사업을 키워서 직원을 채용하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증가폭도 축소된 것으로 보아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폐업을 선택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에서 백반집과 잡화 매장을 운영해왔던 B씨도 지난해 잡화 매장을 접고 백반집만 겨우 운영 중이다. B씨는 “저녁 손님이 확 줄었는데, 점심 장사도 잘 안 된다. 손님 한 명이라도 더 받기 위해 밤 11시까지 가게를 여는 날이 많다”며 “주말에도 쉬지 못해 건강 상태도 나빠져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고용 시장에서도 불황의 징후가 뚜렷했다. 지난해 임금근로자는 2204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21만4000명 증가했지만, 그중에서도 상용직 취업자는 1635만3000명으로 18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상용직 취업자 증가폭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0만명대로 떨어져 2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용직 취업자 증가폭이 둔화된 이유로는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의 투자·채용 축소와 함께 근로 형태 변화가 꼽힌다.
이지안 기자(cup@mk.co.kr), 신수현 기자(soo1@mk.co.kr)